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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톡 소비일기

도시에서 일하고
시골에서 쉽니다

글 · 김미리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저자>

평일에는 도시에서, 주말에는 시골에 내려가 자연을 만끽하며 살면 어떤 기분일까요? 최근 우리 사회 ‘경제허리’로 불리는 3040세대들 사이에서 이 같은 라이프스타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매주 서울과 금산을 오가며 5도2촌(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서) 생활을 즐기고 있는 김미리 작가와 만나 시골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PART 01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현대인으로서

Q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에세이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를 출간한 작가 김미리입니다. 평일에는 서울에 사는 직장인이고요. 주말에는 자연생활자로서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처럼 일주일 중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서 생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5도2촌이라고 부르는데요. 최근에는 5도2촌 삶을 살며 배우고 느낀 점들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SNS와 뉴스레터, 여러 매체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자연을 존중하는 삶, 지속가능성, 동물권과 채식에 마음을 두며 살고 있어요(웃음).

Q

시골살이,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5도2촌 생활,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A

약 3여 년 전 작은 마을에 있는 한옥 폐가를 사서 고치기 시작하면서 시골살이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당시 저는 도시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직장인이 된 지 10년 차가 되던 해였어요. 당시 저는 지독한 번아웃에 빠져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도시’, ‘치열한 회사생활’, ‘힘겨운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죠. 매일 같이 ‘퇴사’, ‘휴직’, ‘한달살기’와 같은 키워드를 검색했고, 그러다 우연히 ‘시골살이’라는 키워드에 이르게 되었어요. 그리고 덜컥 연고도 없는 충남 금산까지 내려와 폐가를 계약해 버렸는데요(웃음). 남들 눈에는 한 개인의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처럼 보여질 수 있는데 사실은 도피에 가까웠죠. 뭐랄까. 당시 마주했던 현실과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시골살이 도전에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주말에만 시골에서 생활하시는 이유

A

낡은 시골집을 사서 고치고 나니 그제야 현실감이 돌아오더라고요.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매매비용과 공사비용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비용의 많은 부분을 대출금으로 충당했고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 두고 시골에 자리 잡을 수 없었어요. 당시에는 현실적인 이유로 당분간 서울과 시골집을 오가며 살아보자 생각했던 것이, 벌써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이유가 달라졌는데요. 5도2촌 생활을 하며 사계절을 보내고 난 뒤 알게 되었거든요. 저는 일이 싫어진 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볼 틈 없을 만큼 바쁘고 일에 지쳐 있었을 뿐이었다는 걸요. 주말동안 시골에 내려와 계절과 자연을 느끼며 위로를 받다보니, 평일에 다시 즐겁게 일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평일에는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일하고, 주말에는 시골에서 자연을 곁에 두며 살고 있어요.

Q

시골에서 주말을 보내면 좋은 점

A

아름답고 성실한 자연을 곁에 두고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순리에 따라 묵묵하고 성실하게 변화하는 자연을 관찰하면서 일상을 대하는 제 태도도 많이 달라졌거든요. 직접 기른 제철 채소를 먹고,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풍광을 보는 것도 좋고요(웃음).

Q

시골살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걱정하게 되는 것이 바로 집입니다. 좋은 시골집을 찾는 노하우 좀 전수해주세요.

A

‘좋은’에 대한 기준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좋은 시골집’의 기준을 고민한 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의 형태와 규모를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준을 정하고 마음에 드는 시골집을 찾았다면 1) 지목(땅의 용도)이 주거 건축물을 세울 수 있는 ‘대’로 기록되어 있는지 2) 맹지(도로가 접한 부분이 없는 땅)가 아닌지 3) 등기가 있고 지상권 주택(타인의 토지의 건물을 지어 건물에 대한 권리만 있는 주택)은 아닌지 4) 주변에 혐오/기피시설은 없는지를 체크하시길 바라요.

Q

작가님께서는 낡은 시골집을 보수해 살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시골집을 리모델링할 때 고려하거나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면요?

A

시골집은 도시의 아파트처럼 규격화 되어 있지 않잖아요. 그래서 ‘리모델링 방법’도, ‘견적’도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자재를 써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고칠 것인가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이 다르니까요. 경험을 미뤄 말씀드려보면 업체선정 전에 원하는 집의 구조와 리모델링 방식, 예산에 대해서 1차로 계획을 한 뒤 업체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더라고요. 업체를 선정할 때는 해당 업체가 시공했던 집들을 살펴봤어요. 가능하면 공사하려는 집과 유사한 형태의 시골집을 공사했던 이력이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겠고요.

PART 02

한 명의 소비자로서

Q

사람들은 저마다 소비를 하는 목적와 이유가 다양합니다. 작가님께 소비란 무엇이며 어디에 돈을 쓸 때 행복을 느끼시나요?

A

저에게 소비란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주는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물건이나 서비스, 콘텐츠가 제 삶 속에 들어와서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키니까요. 대표적으로 책 구입, OTT 플랫폼 구독, 온라인 클래스 수강 같은 것들이요. 이런 것들은 소비 후 유형의 무언가가 남지는 않는데요. 하지만 제게 새로운 경험과 다양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 있는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Q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작가님만의 소비기준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소유하는 물건의 총량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새로운 물건 하나를 구매하면 기존에 있던 비슷한 쓰임의 물건은 나눔을 하거나 중고로 판매하고요. 여의치 않을 때는 폐기합니다. 쉽게 말해 청바지 하나를 새로 구매하면 비슷한 종류의 청바지 하나는 처분하는 셈이죠. 저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물건을 2개씩 구매해요. 당연히 비용도 많이 들고 그것들을 관리하기 위한 시간과 에너지도 많이 들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꼭 필요한 것에 한하여 구매하고, 너무 많은 양을 소유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습니다. 소비패턴을 바꾸고 나서 초반에는 소비하는 즐거움이 사라진 것 같아 헛헛하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적어진 선택지에서 느끼는 자유, 정말 좋아하는 것만 공들여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 오히려 기쁘답니다.

Q

최근 가장 만족스러웠던 소비는 무엇인가요?

A

이북리더기(eBOOK)가 아닐까 싶어요. 책에서 만큼은 앞서 말씀드린 ‘물건의 총량 지키기’를 실천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이북리더기를 구매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습니다. 책이 차지하는 물리적 공간을 줄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같아요. 환경과 눈 건강에도 좋고요. 또 배송을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원하는 책을 바로바로 읽을 수 있고, 여러 번 읽을 때는 원하는 부분만 찾아서 읽을 수도 있어서 만족스럽게 쓰고 있어요. 물론 종이책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종이책을 구매하기도 하지만, 이북리더기(eBOOK)를 들이면서 이전보다는 좀 더 책을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어딘가에서 5도2촌 생활을 꿈꾸고 있을 분들에게

A

5도2촌, 러스틱 라이프, 한달살기 같은 키워드가 무척 주목받고 있는 요즘인데요. 저는 모두의 행복과 평안이 온통 시골에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5도2촌이라는 삶의 방식이 제게 위로와 치유를 주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각보다 잘 맞지 않고 번잡스러운 삶의 방식일수도 있으니까요. 결정하시기 전에 여행 숙소를 시골집으로 예약하여 일상을 누려보거나, 각 지역 시골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시는 것도 결정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응원을 보냅니다(웃음).

About the Interviewee

김미리작가

평일에는 서울 사는 직장인, 주말에는 시골 사는 자연생활자. 몇 년 전 쓰러져가는 시골 폐가를 덜컥 사버린 후, 서울과 시골을 오가며 살고 있다. 평일엔 서울에 발붙이고 바삐 살다, 금요일이 되면 시골집으로 퇴근해 천천히 산다. 장래희망은 매일 아침 마당을 쓰는 노인처럼 사소한 꾸준함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 현재는 <오늘의집>에서 이커머스 MD로 일하며, 틈틈이 시골집의 사계절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 중이다.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에 봄에는 봄이, 여름에는 여름이 가장 좋다고 답하는 사람.

주요 저서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인스타그램(주말 시골집) @suful415
(평일 직장인) @merrym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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