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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소보원] `신발 분실 책임 안짐` 식당 안내문 소용없어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는 대중음식점에서 신발을 잃어버린 뒤 보상 문제로 상담을 한 경우가 500건 가까이나 됐다. 특히 남성용 구두는 색깔과 모양이 비슷해 혼잡한 식당에서 바꿔 신거나 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영업을 하는 박모씨는 거래처 사람과 점심을 하기 위해 사무실 근처 식당에 들렀다가 구두를 잃어버렸다. 식당 주인은 "다른 손님이 실수로 바꿔 신고 갔을지 모르니 하루만 기다려 보자"고 했다. 박씨는 하는 수 없이 슬리퍼를 신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며칠이 지나도 식당에서 연락이 없자 박씨는 그날 신었던 구두를 살 때 받아두었던 17만원짜리 영수증을 들고 식당을 찾아갔다.
그러나 주인은 안면을 싹 바꿔 "이 영수증이 그때 잃어버린 신발이라는 증거가 없다. 신발을 잃어버리기 쉽다는 안내문도 붙여놓았고, 신발을 담을 비닐봉투도 미리 준비했는데 그냥 신발장에 넣은 손님의 책임도 일부 있다"며 5만원만 주겠다고 버텼다. 대학생 이모씨는 친구들과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가 운동화를 분실했다. 식당 주인은 이씨가 자기 가게에서 운동화를 잃어버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보상을 거부했다.
식당 주인들은 분실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신발 분실 때 책임지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게시하기도 한다. 이럴 때 소비자는 식당 주인에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상법 제152조 공중 접객업자의 책임조항에 따르면 공중 접객업자는 고객이 맡긴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훼손했을 때 이것이 불가항력이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 식당 주인이 미리 신발 분실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안내문을 붙여놓아도 주인의 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소비자는 영수증 등 신발값을 입증할 자료를 토대로 식당 주인에게 신발값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쓴 물건이니까 적절한 감가상각이 수반된다. 현실적으로 가격 입증이 어렵고, 감가상각을 어떻게 계산할지도 논란이 돼 만족스러운 보상은 힘들다. 식당에 별도의 보관함이나 비닐봉투가 비치됐다면 좀 불편해도 이를 이용하는 게 분실사고를 예방하는 길이다.
[출처: 중앙일보 2.9] 정은선 소비자보호원 미디어사업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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