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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탄주와 K-POP [세상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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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2-06-20 | 조회수 | 397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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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보기 469 ] 폭탄주와 K-POP 글. 김경자 교수 (가톨릭대학교)
공식적, 비공식적 사유로 지난 1년 동안 해외출장을 할 기회가 잦았다. 덩달아 운이 좋게도 여러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저마다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옳고 그름의 기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사람의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했던 것,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선과 악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잠시나마 자문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이게 옳은 판단인가?’ 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주제는 술과 K-POP에 관한 것이다. 한국 사회를 궁금해 하고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내가 만난 외국인들은 주로 학교관계자들이거나 대학생들이었는데 그들이 한국을 인식하게 된 세 가지 키워드는 ‘삼성’, ‘폭탄주’, 그리고 ‘K-POP’이다. 처음에는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삼성과 폭탄주를 물어오고 몇몇 젊은 한국 가수들의 노래곡조를 흥얼거리는 것만 듣고도 매우 흐뭇했다.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 밝아진 미래를 보는 듯 했다. 내가 유학중이던 80년대 후반만 해도 한국이 아시아에 있는지 아프리카에 있는지를 모르는 학생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주 한 일간지에 연재된 ‘술 마시는 한국사회’라는 기사 시리즈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술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서구 국가와는 달리 우리 사회에는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지 않다. 거의 모든 술자리는 여러 사람이 어울리기 위한 자리이다. 남자와 여자, 젊은이 나이든 이가 끼리끼리 어울려 집단 소속감을 공고히 하고 비공식적 인간관계를 개발하는 곳이 술자리이다. 술자리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여러 사람이 솔직하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는 자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어서 술 마시고 실수하는 것을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술을 제어하지 못해 생기는 여러 문제들, 실수와 싸움, 낭비, 사고도 많은 편이다. 외국을 여행하다가 폭탄주를 언급하면서 우리 사회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 데에 놀란 적이 많다. 이런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그들이 궁금해 하는 우리의 문화 - 폭탄주 문화도 문화라면 - 를 알려야 하는지? 외국인이 한국을 인식하게 만든 또 다른 키워드는 K-POP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그 안의 음악과 음식 등의 요소까지 포함하는 한류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좋다. 오늘날의 미디어들은 동방신기나 2AM이나 소녀시대의 공연에 몇 천명의 외국인 팬들이 몰려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간혹 외국여행을 해 본 사람들은 호텔방에서 중국어나 영어나 베트남어로 더빙된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며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에 혼자 마냥 흐뭇했노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솔직히 20-30년 전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모르던 외국인들이 길가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우리말로 인사하고 우리의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냥 흐뭇해하기 전에 우선 그 때와 지금의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서구는 물론이고 동남아에서도 인터넷과 와이파이,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상승일로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케이블 채널의 수는 수십 개를 훌쩍 넘는다. 온갖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음악과 드라마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의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보고 있다. 또한 외국인들이 K-POP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K-POP을 좋아한다는 외국 학생들에게 K-POP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가 가장 많이 나왔다. 하나는 J-POP이나 필리핀, 베트남 노래와 달리 K-POP은 ‘American POP'과 아주 리듬이 비슷해서 듣기가 편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어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한국어를 몰라도 대강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음악을 듣고 우리의 드라마를 보는 외국인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좋아할 일일까? 물론 지금까지 여러 각도로 한국의 상품과 문화를 알리는 데 노력해 온 분들에게는 경의를 표한다. 그러한 노력이 없었더라면 여전히 한국은 6.25전쟁 이후 남북으로 갈라진 분단의 나라라는 대표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새로운 이미지로 우리나라를 알려야 하는 이 시점에서 그 첨병이 ‘폭탄주’와 ‘미국POP과 비슷한 K-POP’이라면 조금 아쉽다. 상품으로 치자면 우리는 이제 막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론칭해서 성장초기에 접어든 셈이다. 오래가는 브랜드의 필수요소중 하나는 고품질과 차별성인데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보다 우아하고 격조있는, 차별화된 명품으로 글로벌 시장에 각인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격은 그 사회에서 파는 온갖 제품과 서비스의 격과 비례하는 데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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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