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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iend or Frand? [세상보기]
    등록일 2012-06-13 조회수 4671

    [ 세상보기 468 ]

    Friend or Frand?

    글. 최민서 변리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분쟁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같은 시기 휴대폰 제조업체들 간에 전례 없는 세계적 규모의 소송이 전개되고 있었지만, 삼성과 애플 간에 제기된 소송은 특히 그 압도적인 규모 면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두 회사 간에 제기된 소송은 총 10개국에서 무려 50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총력전이 펼쳐지는 동안, 삼성은 법무 인력을 무려 35%나 늘렸다는 보도가 있었고, 이러한 특허 소송에 소요되는 비용이 무려 2억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소송의 엄청난 규모 외에도 주목을 끌었던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기존의 특허침해소송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FRAND 조건의 해석에 관한 문제”가 전 세계의 주요 법정에서 동시에 다루어지는 기회를 맞았다는 것이다.

    우선 FRAND 조건이란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자. 기술에 관한 표준(Standard)을 만드는 경우, 그 표준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기관들은 자신이 그 표준과 관련하여 보유한 특허에 대해 어떠한 조건으로 제3자에게 사용하게 할 것인지를 선언하여할 의무가 있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WCDMA, Wi-Fi, LTE 기술 등도 모두 여기서 말하고 있는 표준이다.) 특허를 보유한 기관이 원한다면, 무상(Royalty-Free)으로 특허의 사용을 허락하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특허 보유 기관은 바로 이 FRAND 조건을 선택한다. FRAND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조건을 의미한다. 즉, 특허에 대한 사용허락을 함에 있어, 불공정한 방식이 아니어야 하고, 로열티 조건은 과도하지 않은 합리적 수준이어야 하며, 비슷한 상황에 있는 제3자에 대한 차별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준 제정의 목적이 표준 기술을 널리 보급하여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표준과 관련한 특허에 이러한 제약이 생기는 이유가 수긍이 갈 것이다.

    특허소송의 막강한 위력은 무엇보다도 침해자의 제품에 대해 제조나 판매를 금지시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물론, 침해자 입장에서는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지급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이러한 부담도 당장에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특허소송에서 FRAND 조건과 관련한 문제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FRAND 조건으로 선언된 특허에 근거하여 제3자에게 침해금지(즉, 제조나 판매 금지)를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소송들에 사용된 애플의 특허는 대부분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디자인에 관한 것인 반면, 삼성의 특허는 FRAND 조건으로 선언된 특허(이를 보통 ‘표준특허’라 한다)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된 사정에 대해 복잡한 배경을 모두 설명하는 대신에, 간단히 표준특허라는 것이 적어도 지난 십여 년간 국내 대기업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육성해온 전략 무기라고 비유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일반적으로 표준특허는 표준 기술을 구현하자면 반드시 이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 활용 가치가 높다고 여겨진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누구도 표준특허를 사용하지 않고 그 표준을 구현한 제품을 만들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애플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때, 삼성은 이번이야 말로 표준특허의 전략적 활용 가치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삼성의 공격에 대해 애플은 삼성의 FRAND 선언에 근거하여 꽤나 효과적인 방어를 펼친다. 애플의 주장에 따르면, FRAND 조건으로 선언된 특허는 원칙적으로 침해금지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고, 다만 특허권자는 합리적인 수준의 로열티만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삼성은 합리적인 로열티를 요구하지도 않고, 바로 특허소송을 제기하여 침해금지를 청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애플 주장의 요지이다.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 삼성의 일부 제품이 판매금지처분을 받는 동안, 애플은 삼성의 표준특허를 이용한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주요 방어 방법 중 하나로 FRAND 조건을 적절히 활용했다. 그 결과, 삼성은 아직까지 애플 제품에 대해서는 단 한건의 판매금지처분도 얻어내지 못했다.

    물론, 대부분의 소송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고, 독일의 경우는 FRAND 조건으로 선언된 특허에 대해서도 특허권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한 선례가 있기 때문에, 애플의 FRAND 방어 전략이 언제나 효과적일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또한 FRAND 방어 전략이 로열티 지급 의무 자체를 면제시켜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수년전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제 막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애플에 대해 향후 막대한 로열티를 부담으로 인해 큰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의 전개인 것은 분명하다. 사실 이동통신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규모나 보유 특허의 규모를 고려하면, 삼성은 이번 소송전에서 애플을 확실히 압도해야만 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의 전개는 그렇지 못하다.

    두 회사 간의 특허분쟁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든지, 이번을 계기로 향후 국내기업의 특허확보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즉, 과거 표준특허 확보만을 지나치게 강조했던 태도에서 일부 벗어나 애플과 같이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관한 특허 확보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더불어, FRAND 조건이 언제나 애플에게 ‘good friend’로 남게 될지도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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