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비싸면 품질이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고가 제품보다 저가 제품의 품질이 떨어질 때 하는 말이 ‘싼 게 비지떡’이다. 고가 제품은 저가 제품보다 마땅히 품질이 좋아야 하고, 싼 제품은 비싼 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데도 말이다.
우리가 입는 셔츠의 종류는 다양하다. 원산지ㆍ브랜드ㆍ소재ㆍ판매 장소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셔츠 한 장에 수백만 원에 이르는 초고가 제품도 있지만 ‘땡처리’ 상가에 가면 1천∼2천원 주고도 산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셔츠 중 중고가 브랜드는 10만원 정도, 저가 브랜드는 1만∼3만 원 선이면 구입한다. 명품이라고 부르는 고가 제품은 수십만원에서 심하게는 수백만원에 팔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1만원 주고 산 제품과 수십만원 주고 산 셔츠를 단순 비교하면서 ‘싼 게 비지떡’이라고 폄하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상당수의 사람들은 고가 제품을 예찬하면서 저가 제품은 비지떡이라고 무시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비교해도 되는 것일까. 10만원짜리 제품은 1만원짜리보다 11배는 더 좋아야 한다. 기회 비용과 이자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1만원짜리 제품과 10만원짜리 제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용기일까 상식일까.
관리 문제도 해도 그렇다. 수십만원짜리 셔츠는 세탁할 때 드라이클리닝을 맡긴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리면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린다. 시간에 쫓기면 과감하게 우산을 사서 셔츠를 보호한다. 입을 때도 중저가 제품보다 신경을 쓴다.
중저가 제품을 입은 날은 소나기가 내려도 그냥 맞는다. 우산 살 돈이 아깝기 때문이다. 소홀하게 관리하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단순하게 비교해 ‘역시 비싼 것이 좋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말한다.
옷값의 전설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옷값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옷집 주인이 여름 휴가를 가야 하는데 팔리지 않는 옷이 눈에 거슬렸다. 직원에게 “판매가에 공 하나 덜어내 가격표를 붙여 팔아라”고 지시하고 휴가를 떠났다.
옷집 주인이 휴가를 다녀왔더니 재고 의류는 다 팔렸다. 그런데 매출액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매출 전표를 확인해 보니 “공 하나 덜어내 가격표를 붙여 팔아라”고 한 말을 “공 하나 더해 가격표를 붙여 팔아라”고 직원이 잘못 알아들어 가격표를 붙였는데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직원은 휴가 기간 동안 옷집 주인의 탁월한 판매 전략에 감탄하며 신나게 옷을 팔았다. 주인이 휴가에서 돌아와 매출액을 확인하고는 두둑한 휴가비를 챙겨줘 그 해 여름은 행복했다고 한다. 소통 부재가 전화위복으로 바뀌었다.
명품으로 불리는 외국의 유명 브랜드 제품은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 매출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주변 국가에서는 가격을 내리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비싸게 팔린다고 한다.
비싸면 품질도 좋게 보이는 것이 최면일까, 무지일까 고가 제품이 과연 명품일까 혹시 멍품이 아닐까. 상품이 사람을 압도하면 상품은 더 이상 상품이 아니라 상전이다. 명품은 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만드는 자신이다.
가격이 싸다고 비지떡이라고 놀리지 마라. 가격보다 품질이 못 미치는, 정말 형편없는 비지떡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거품을 뺀 싼 제품은 비지떡이 아니라 국민 경제를 생각하는 애국 상품이다.
비싸도 비지떡인 고가 제품에는 아무 말도 못하고 싼 게 비지떡이라고 폄하하는 당신의 안목을, 당신의 피곤한 일상을, 저렴한 비지떡인 내가 용서한다. 무조건 용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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