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회사 인근에 소재한 ‘○○○’이라는 음식점을 자주 이용한다. 거기서 판매하는 칼국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가지런히 정리된 면과 깊이가 있는 맑은 국물이 잘 어우러져 있을 뿐 아니라, 덧들여진 맛깔스런 김치와 독특한 방식으로 찐 깻잎의 맛과 향은 그 어느 음식점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이용후기를 쓰려는 것은 아니다).
지난 봄에도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그 음식점을 찾았다. 기분 좋게 잘 먹고 나와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려다가 순간 깜짝 놀랐다. 한 그릇에 7,500원이었던 칼국수 값이 9,000원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10년을 넘는 오랜 기간 그 음식점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인상이 있었고, 그 때에는 인상된 가격을 별다른 심리적 저항 없이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은 좀 달랐다. ‘와~ 다신 못 오겠네.. 앞으론 여기 절대 안 와야지..’ 라는 응징의 심리가 작동하였다.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 소개한 사례가 떠오른다. “A라는 소비자가 TV를 사기 위해 매장에 들렸는데 마음에 드는 제품 가격이 100만 원이었다. 생각보다 비싸서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매장 직원이 말하길 대략 30분 거리에 있는 다른 매장에서 특별 세일을 하고 있고 그 곳에 가면 같은 물건을 3만원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한다.
한편, B라는 소비자는 전자계산기를 사기 위해 가전기기 매장에 들렀다. 마음에 드는 계산기 가격이 5만원이었다. 생각보다 비싸 고민하고 있는데, 매장 직원이 말하기를 30분 거리에 있는 다른 매장에서 특별 세일을 하고 있고 그 곳에 가면 같은 물건을 3만원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상황에서 독자 여러분들은 어떠한 선택을 하실 것인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위의 상황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100만원 짜리 TV를 3만원 더 싸게 사기 위해 30분씩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전자계산기를 3만원 더 싸게 사기 위해서는 기꺼이 운전을 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한다(미국에서의 연구 결과이긴 하다). 두 가지 상황 모두 절약할 수 있는 절대 액수는 동일하므로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두 경우 모두 더 싼 매장으로 가거나, 두 경우 모두 싼 매장으로 가지 않는 ‘일관된’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콩나물 값을 깎을 때에는 100원을 귀하게 여기다가도 10만원 짜리 물건을 살 때는 100원을 하찮게 여겨 깎으려고도 하지 않고, 혹시나 100원을 깎아준다고 하면 오히려 기분 나빠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이러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소비자들이 상대적인 가치프레임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고 보니 필자 또한 상대적인 가치프레임에 익숙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칼국수 가격이 7,500에서 9,000원으로 1,500원 인상된 것은 수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갑자기 20% 가격이 상승된 것이므로 이에 대해 응징을 생각하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다가도, 생활경제에 있어 비중이 큰 유류가격이나 이동통신 요금, 또 아주 비싼 명품의 구입에는 그리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은 엉뚱한 데서 돈을 아끼고, 엉뚱한 데서 큰 돈을 버리는 우(愚)를 범(犯)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필자는 요즘도 그 ○○○음식점을 이용한다. 예전 보다는 덜 자주 가지만 그래도 칼국수가 생각나면 그 가게를 찾는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사고이던 그렇지 않던 간에 칼국수 가격이 많이 내리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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