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중요한 일이 벌어지기 이전에 비교적 사소한 일들이 여러 번 일어난다는 말이다. 하인리히는 1930년대 미국의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관리 감독자였다. 그는 노동재해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중상자(대형사고) 1명이 발생하기 이전에 경상자(경미한 사고) 29명과 잠재적 상해자(이상 징후) 300명 정도가 나타났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그는 수많은 이상 징후나 경미한 사고를 놓치지 않고 철저하게 대응하는 것이 관리자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보면서 하인리히 법칙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저축은행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은 원래 고수익 고위험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주택이나 건물과 같은 부동산 건축은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부동산 경기 하락과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손해가 날 수도 있는 사업이다. 2000년대 들어 서민신용대출과 같은 위험한 사업을 축소하고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던 저축은행에게 PF대출은 고수익 가능성 때문에 좋은 수익원으로 보였다. 실제로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었던 2000년대 중반까지 저축은행들은 PF대출을 꾸준히 확대했다. 2005년 한해만 해도 저축은행의 PF대출 잔액은 50% 이상 증가했다. 이상 징후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감독 당국은 PF대출의 연체율이 높지 않은 데다 더 위험한 개인 신용대출이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경영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2008년 들어 부동산 경기는 하락세로 반전되었다. 특히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냉각되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경미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감독 당국은 PF대출의 부실화 정도를 파악하는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었다. 따라서 몇 차례에 걸쳐 부실 PF대출을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하도록 하고 저축은행의 총대출 대비 PF대출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낮추도록 유도했다. 당면한 문제가 저축은행 전체의 부실보다 PF대출의 부실화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전반적인 영업행태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2010년 들어 경영이 급격히 악화되어 영업정지가 내려진 저축은행이 속출하면서 저축은행 문제는 사회문제로 발전하게 되었다. 실상을 보니 PF대출 뿐 아니라 위험이 높기는 마찬가지인 부동산 관련대출이 전체 대출의 40%를 넘었다. 금융기관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 자기자본비율은 적정 수준을 밑돌았고, 금년 3월에도 적자를 낸 저축은행이 전체의 30%를 넘었다. 부실 저축은행의 대주주 위법 문제와 예금자에 대한 불완전 판매까지 포함하면 금융 문제의 종합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PF대출이 급격히 확대되었을 때 위험을 감지하고 적절한 억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PF대출의 연체율이 크게 높아졌을 때 저축은행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대비가 있었다면 현재와 같은 대규모 부실 사태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인리히 법칙이 여러 부문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끔 발생하는 이상 징후나 사소한 사고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보다 중요한 사고의 전조가 되지는 않을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03년에 발생한 신용카드 사태, 현재 진행되는 저축은행 사태 역시 초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사소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