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화두가 일자리 창출이 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일자리 창출은 청년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청년을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인지 한번 검토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의 총취업자 분석결과 서비스업, 전문직, 대졸이상, 여성취업자가 최근의 고용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이 발달할수록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하는 셈이다. 서비스 산업의 남녀간 취업수 차이는 제조업에 비해 작은 편으로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이 고용되어 있다.
2007년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각각 9.2명과 18.1명으로 서비스업이 두 배 많은 수준이다. 취업유발계수는 특정 산업부문 생산제품에 대한 최종수요가 10억원 발생할 경우 해당 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를 의미한다. 결국 고용증가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루어 질 수밖에 없고,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여성고용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성립하게 된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서비스업에서 여성고용이 늘어나게 되면, 청년일자리는 줄어들게 되는지 살펴보자. 여성고용의 신장은 오히려 또 다른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를 가져온다. 왜냐하면 가사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여성이 취업을 하게 되면, 누군가는 가사업무를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편조리식품과 외식문화의 보편화가 이루어지고, 교육 및 보육서비스가 확대되며, 가사업무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서비스산업이 등장하는 등 새로운 제조업 및 서비스산업이 나타나게 되어 선순환구조를 이루게 된다. 가정에서 여성이 하던 일을 누군가는 대신해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에 청년이 고용된다면, 여성일자리와 청년일자리는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섬게임(Plus-sum Game)이 되는 것이다. 결국 같은 파이를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라 파이 자체를 키워 크게 나누어 먹는 셈이 되는 것이다.
여성일자리의 창출이 반가운 또 이유는 출산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의 증가는 여성의 재정 안정성을 높여 출산 여부 결정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또한 파트타임 고용 등을 통한 근무시간의 유연성은 보육 구조의 부족을 보완하여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EU의 경우 6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의 50% 정도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여성의 고용율(70.2%, 2009년)과 출산율(1.94명, 2009년)이 모두 OECD 평균이상인 스웨덴 사례를 살펴보자. 스웨덴 여성의 취업 형태는 전일제 고용이 50.0%, 시간단축형 고용이 35.1%에 이를 만큼 파트타임 근무제가 보편화되어 있다. 스웨덴은 여성의 고용률이 높은 만큼, 그만큼 시간단축형 근로형태도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참고로 한국 여성의 고용율은 52.2%(2009년)이고 출산율은 1.15명(2009년)이다.
네덜란드 사례를 보자. 1970년대 네덜란드의 출산율은 2.6명이었지만 1980년대를 거쳐 1990년에 이르면서 이 수치는 1.6명으로 급락했다. 당시 네덜란드 정부는 높은 실업률과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의 하나로 ‘단시간근로제’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사회적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효과를 내면서도 여성들을 경제 활동에 참여시킴으로써 이들이 돈을 벌면서도 동시에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네덜란드는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를 위해 단시간근로 고용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단시간근로 고용의 질을 강화하는 정책을 동시에 사용하였다. 네덜란드에서는 부부가 어린 자녀를 직접 가정에서 돌볼 수 있도록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해 주고 있다. 이런 근무형태가 자리를 잡으면서 네덜란드 출산율은 1.7~1.8명 선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여성은 양육문제 때문에라도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파트타임 등 유연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유연근무제 확산을 통한 여성일자리의 확대는 여성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산율도 제고할 수 있고, 다른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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