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제육볶음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돼지와 돼지고기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넌센스 퀴즈라 생각하고선 답이 무얼까 하고 있는데 대답은 의외로 ‘돼지는 동물, 돼지고기는 식품’이라 했다. 물론 ‘동물과 식품의 관계’는 고기류 외에도 붕어와 붕어빵, 물고기와 생선도 있지만, 돼지와 돼지고기의 동물과 식품의 차이는 필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서로 가까운 관계 같지만 큰 차이가 나는 것, 음식물과 음식물쓰레기의 관계도 그렇다.
음식물 쓰레기 감량 및 자원화는 오랜 환경정책과제이다. 과거에는 음식물쓰레기를 수집하고 운반, 재활용하는 적정처리에 주력했지만, 최근에는 ‘사후 적정처리’에서 ‘발생억제’로 관리방향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음식물쓰레기의 발생 자체를 사전에 억제하여 음식물쓰레기를 줄이자는 종합대책들이 정부와 지자체에서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환경부는 2012년까지 전국 144개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을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에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전면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지역이 있지만 배출자에게 처리비용을 부담시키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실시되더라도 이를 불편해하지 않고 모두가 만족해하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음식물쓰레기 감량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낭비하지 않는 음식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의 경제적 손실이 연간 약 20조원, 중형차 100만대를 버리는 것과 같다는 공익광고에서처럼 ‘버려야할 것은 우리의 잘못된 음식문화’이다. 광고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음식물의 과잉주문(구매), 보관했다가 버려지는 음식, 남은음식이 문제이다. 음식물은 구입에서부터 조리, 보관, 처분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소비생활의 대상이다. 음식물과 음식물쓰레기의 차이는 매우 크지만 음식물이 음식물쓰레기가 되는 것은 아주 쉽다. 쓰레기 혹은 폐기물의 현대적 개념 정의를 보면 ‘사용가치가 없거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 내버리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버려지는 쓰레기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음식물의 경우도 주관적 판단에 의해 버려지는 양이 방대하기에, 우리는 음식물이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많은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소비자로 하여금 더 많은 음식물을 구매하도록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소비자는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으로 식재료를 구매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과 필요이상의 과잉 구매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각종 냉동고의 보급과 구매 증가는 보다 많은 식품을 구입해서 많은 양을 버리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필요량만 조리하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항상 넉넉하게 준비한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식단은 반찬 수가 많고 양이 많아야 정성껏 차린 것 같이 인식되어 푸짐한 느낌이 없으면 뭔가 부족함을 느낀다. 하지만 옛날에는 음식을 버리는 것을 금기시하여 어떻게든 남은 음식을 모두 나눠 먹었으나 현대사회에서는 음식을 버리는 것에 대한 죄책감마저 사라져버려 버리는 음식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먹을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음식물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이다. 작은 노력과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 필요한 양만 조리하고, 조금 부족할 수도 있겠다싶게 준비해야하며, 식품을 다듬을 때도 필요 이상으로 떼어내거나 벗겨내는 것을 하지 않아야 한다. 남은 음식은 냉장고로 향하지만 다시 사용될 확률은 낮다. 남은 음식은 이웃과 함께 나눠 먹거나 일주일에 한번은 볶음밥과 비빔밥으로 깔끔하게 처리한다. 냉장고에 보관된 음식물이 눈에 잘 보여야 버리는 양도 줄어든다. 한눈에 보이도록 칸을 만들고 용기도 투명, 반투명 용기를 사용하고 보관날짜를 기록한다. 상차림을 적절히 하고 상 위의 음식은 남기지 않고 다 먹는 바람직한 식사습관을 길들인다. 혹시 습관적으로 음식을 남기고 있진 않은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먹지도 않고 버려지는 막대한 음식량을 줄이기만 해도 식량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전세계의 식량생산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는 것이 개도국의 기아문제와 이미 발생되었으며 미래에는 더욱 심각해질 식량위기 극복을 도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식물쓰레기 감량은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며 에너지를 절약하고 막대한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준다. 음식물이 음식물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실천하는 것은 지구를 지키는 ‘환경보호’와 ‘세계 식량문제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기를 잡을 수 있는 쉽고도 작은 일이지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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