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값에 음식을 주는 쿠폰을 사서 갔더니 대접이 소홀해서 항의를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은 들은 필자는 판 사람도 문제지만 산 사람도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상식적으로 반 값에 준다면 의심부터 드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다지 기대를 걸지 않는 것이 상식적인 사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반값 정도 생각하고 가서 먹으면 마음도 편하고 상식적인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정말 망해서 주인이 눈물을 머금고 떨이로 파는 가게를 보았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면서 난리도 아닌 것 같았다. 남의 불행을 자신의 유익함으로 삼는 것 같은 모습을 보아서 마음이 씁쓸했다. 그 와중에 더 집어가고 더 깎으려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았다. 최소한 미안하고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며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야 하는데 오히려 사는 사람에게는 경사 분위기였던 것 같다.
구매를 한다는 것은 파는 사람과 상생을 하기 위한 것이다. 서로 이익을 보아야 우리가 또 만나 서로의 유익함을 위해 팔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런 사고가 필자 어렸을 때는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낙원시장에 가서도 화신 백화점에 가서도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만약 소비자나 판매자 모두 일방적으로 자기 이익만 앞세우고, 난 모른다는 식의 행동을 한다면 굳이 판매자만 비난하고 소비자를 옹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약자일 때는 강자인 대기업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달라고 말하고, 정작 자신이 강자가 되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강자로 군림한다면 우리가 세금을 들여가며 소비자보호라는 명목으로 그러한 소비자를 지켜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는 손해를 보았지만 저기서는 이익을 보았기 때문에 결국 그 소비자는 손해를 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듯 이전투구 식으로 자신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면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한 나라에서 한 국민으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요사이는 소비자도 판매자도 모두 무섭다는 생각만 든다. 물론 필자도 소비자이니 같은 범주에 서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종종 반성할 때도 있다. 그래서 구매와 소비를 통해서 하나의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실천하는 것도 좋겠다는 느낌이 든다. 물건 하나 살 때도 상식적이고 상생적인 자세로 행동한다면, 반값에 쿠폰 파는 사람들도 적어질 것 같고, 망해서 떨이를 하는 사람들도 적어지는 좋은 나라가 될 것 같다. 쉽게 이익을 취하려는 마음도 없으니 쿠폰도 잘 안 팔릴 것이고, 망해서 처분을 해도 기분 좋게 처분을 할 수 있으니 힘을 얻어 다른 사업을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숙한 사회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소비자로서 살아가는 것은 남의 불행이나 무지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상식적으로 살아가면 되고, 그것은 곧 상생적인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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