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소비자의 소비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선택정보이므로 정부는 여러 제도를 마련해 소비자에게 가격이 잘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행되고 있는 가격 관련 제도로 ‘판매가격 표시’, ‘단위가격 표시’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등이 있다.
오픈프라이스(open price) 라고도 불리는 판매가격 표시는 최종 판매자가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여 판매가격을 표시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손쉽게 상품의 가격을 확인하고 타 점포와 비교한 뒤 합리적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단위가격(unit price) 표시는 제조사별로 브랜드의 종류와 포장 용량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 판매가격 만으로는 어느 상품의 가격이 저렴한지 판단할 수 없을 때, 또는 제품의 포장단위가 무게(g, kg), 부피(ml,ℓ) 및 길이(㎝, m) 등 여러 종류로 판매되고 있어 단순히 판매가격 만으로는 가격비교가 어려울 때, 소비자가 보다 쉽게 상품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동일한 단위별로 상품가격을 표시하는 제도이다. 기존 제품과 유사하면서도 품질, 성능이 약간 개선되었거나 새로운 포장용량의 상품이 출시되어 기존의 제품과 품질 대비 가격 비교가 어려울 때 매우 유용하다.
한편 권장소비자가격은 판매업자가 아닌 제조업자가 임의적으로 표시한 가격을 말하는데, 사업자들은 실제 판매가격을 표시된 다소 부풀려진 권장소비자가격과 비교하게 함으로써 크게 할인을 받는 것으로 보여지게 하거나 판매자의 가격결정에 제조업자가 부당하게 간섭하는 폐단이 있어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 외에도 정상적인 판매가격 뿐 아니라 할인가격을 표시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가격을 비교하게 하기도 한다.
정부가 이렇게 가격을 비교하도록 관련 제도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격 표시가 정부가 천명한 소비자의 알 권리,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중요한 제도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사업자의 공정한 경쟁이 촉진되고, 가격 안정이 도모되며, 나아가 우리 경제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무엇 때문에 가격을 비교할까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비교를 통해 얻는 개개인의 경제적 이익 때문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들은 가격정보 활용을 통해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나아가 소비자 후생이 제고될 수 있다. 이러한 짐작할 말한 이유 이외에 소비자들이 가격을 비교하는 이유는 또 없을까
한 저명한 경제학자는 가격을 비교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안에는 상품 고유의 가치를 알려줄 계측기가 없어 사람들은 다른 것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그것이 더 좋다는 것에 주목하고 거기에 따라 가치는 매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격을 비교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6기통 자동차의 고유한 자동차 가격은 알 수 없지만, 그것이 4기통 짜리 보다 비싸다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듯이 말이다. 다시 말해 가치는 준거점(Reference Point)으로부터의 변화와 비교해서 측정되는 준거점 의존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상대성은 삶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매우 유용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교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들에게는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고자 하는 성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비교하기 쉬운 것만 비교하려 드는 성향이 있고, 따라서 쉽게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은 잘 저울질 하려 들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고 있는 생필품 가격정보 사이트, “티프라이스(T-Price, price.tgate.or.kr)”는 소비자들이 쉽게 가격을 검색할 수 있도록 165개 유통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활필수품 100개 품목, 335개 상품의 가격을 매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쉽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실제 판매가격과 단위가격을 함께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를 지역별, 업태별(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전통시장 등), 품목별, 상품별로 비교하여 제공하고 있다.
티프라이스가 제공하는 가격정보를 통해 소비자들은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을 제공받는다. 가령 한 소비자가 특정 제품에 매겨진 가격이 높은지 아니면 낮은지를 판단해야 할 때, 티프라이스는 기준을 제공하게 되고, 따라서 소비자는 그 기준 보다 높고 낮음에 따라 그 가격은 높거나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이 되는 준거가격이 소비자의 마음 속에 정확하게 잘 자리잡고 있다면, 소비자의 가격 판단과 그에 따른 제품 구매는 매우 합리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고 의사 결정과정에서의 효용도 의당 증대될 것이다. 따라서 판매점, 판매지역, 기타 판매 상황에 따라 소비자가 나름대로 준거가격을 잘 형성할 수 있도록 제공될 가격정보의 내용과 양을 결정하고, 그 제공방식을 개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물가가 모든 경제주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요즘, 티프라이스를 적극 활용하여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 후생의 증진과 개별 소비자가 추구하는 경제적 이익, 또 의사 결정과정에서의 효용을 함께 증대시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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