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사회도 소비자정의(Justice)를 논할 만큼 성숙했다. 그동안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해결과 부자나라라는 목표아래 소비자정의(Justice)에 관한 관심을 다소 늦춰 온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정의 구현은 3만 불 소득으로 향하는 중요 과제임에 틀림없다.
요즘 하버드 대학 교수이자 정치철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센댈이 강의한‘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동영상이 화제다. 마이클 센댈 교수는 이미‘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라는 주제로 정치 철학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 책은 저자가 1980년부터 강의한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의와 관련한 각종 딜레마를 비롯하여, 공리주의, 자유주의, 칸트철학, 아리스토텔레스철학, 공동체주의 등을 정의(Justice)라는 개념과 연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정의를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으로 행복(幸福), 자유(自由), 미덕(美德)을 들고 있다. 즉, ①정의가 사회 구성원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②혹은 사회 구성원 각각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③아니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미덕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세 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소비자정의 구현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다. 예컨대 시장구조(市場構造)’,‘소비자계약(消費者契約)’,‘소비자정책(消費者政策)’등이 1. 소비자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2. 소비자 각각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 지, 3. 소비자 사회에 미덕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시장(Market), 계약(Contract), 정책(Policy)‘모두 소비자정의를 충족하는 수준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소비자는 아직도 부당 약관, 부실약관으로 불리한 계약에 직면하고, 불공정한 가격, 표시, 광고로 선택의 자유를 제한받으며, 소비자정책집행의 느슨한 틈을 악용한 악덕상술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센댈 교수는 정의로운 계약이 이루어지려면 계약 당사자 간에 동등한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계약 당사자 모두 無 권력 無 지식 상태로 동일한 조건이라면 불공정한 계약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게임에 사용하는 카드를 형과 동생이 거래하는 경우와 같이 능력이 조금만 달라도 정의 여부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비자 계약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와 기업 간에 동등한 위상, 동등한 지식, 동등한 자본이 전제되는 경우에는 국가가 계약의 정의 여부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소비자와 기업 상호간에 능력이 동등하다고 할 수 없기에 국가는 재정지출을 감내하며 구매나 보상계약에 관여하게 되고, 시장 밸런스를 깨는 사업자의 불공정행위에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경쟁력 있는 기업을 일궈낸 기업가와 전문경영인의 헌신 노력은 사회 구성원 모두 뜨거운 박수를 보내야 한다. 국가가 기업 육성과 산업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재정지출을 아끼지 않으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규제 완화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도 바로 기업정신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원으로 이룩한 위상과 기술, 자본으로 중소기업이나 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성공에 도취해 약자를 홀대하는 자세는 경계해야 한다.
시장에 우뚝 선 기업이 솔선하여 동반성장과 상생을 선도하고 우월적 지위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으며 자신보다 약한 소비자에게 도덕성을 지킬 때 시장경제의 꽃은 피어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공동체주의를 정의와 연결하는 마이클 센댈 교수의 일갈(一喝)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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