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개봉도 못했는데 유통기한이 벌써 지났네. 아깝다!"
"맛은 괜찮은데 유통기한이 지나서 영 찜찜하네. 버려야지!"
“어라, 유통기한도 지나지 않았는데 음식이 상했네. 이러면 안되지!”
버릴 것이냐 먹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누구나 한번 쯤은 겪어 봤을 ‘유통기한’이라는 고민거리다. 그렇다면 과연 식품의 유통기한이란 어떤 것일까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의하면 '유통기한'이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즉 유통판매업체가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판매기한’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보통 우리들은 유통기한을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기한’이나 ‘품질보증기간’ 쯤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무조건 버리는가 하면, 유통기한을 품질이 보장되는 절대적인 기한으로 여기고 보관이 잘못된 제품이나 개봉하여 섭취중인 제품도 이 기간에는 상하지 않아야 한다고 굳게 믿기도 한다.
우리원의 최근 몇 년간의 시험결과, 식품의 맛이나 품질의 유지는 보관하는 방식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은 보관을 잘못하면 유통기한 전이라도 상할 수 있고, 냉장보관 등 적절하게 보관만 잘하면 유통기한이 지나더라도 섭취가 가능한 품질을 유지한다. 일부 유통 매장에서는 이런 점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유통기한이 1~2일 남은 식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지는 못하지만 소비자가 구입 후 적절하게 보관하면 식품으로서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두부나 우유를 살 때 진열대 깊숙한 곳까지 손을 뻗어 다른 것 보다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제품을 찾아내고 보물을 얻은 것처럼 좋아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이 유통기한 잔여일수에 따라 품질변화를 예측하여 신규제품일수록 품질이 우수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인식으로 인해 일부 유통판매점의 경우 유통기한의 80%만 경과해도 식품을 매장 진열대에서 철수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이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으면 매장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불만 때문인 것이다. 업계 자료에 의하면 이렇게 유통기한 관련 반품 손실비용이 연간 6천5백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이 그렇게나 많이 버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3월 16일 한국소비자원에서는 학계, 업계, 소비자단체 등의 전문가가 참가하는 '유통기한제도 개선방안 마련'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다른 나라의 경우 식품의 품질변화속도, 유통온도, 변질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식품 기한표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품질유지기한 제도’가 일부 식품에 도입되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제품에 유통기한이 적용되고 있다. 우리도 소비자가 안전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을 전제로 변질, 부패 가능성이 높거나 품질변화속도가 빠른 제품에는 소비기한을 표시하고 그 외 식품에는 품질유지기한, 최상품질기한 등을 표시하도록 방법을 다양화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제도개선에 앞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소비자의 인식변화다. 유통기한을 소비가능기한으로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품질유지기한, 소비기한 등의 새로운 용어는 소비자에게 혼란만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버릴 것이냐 먹을 것이냐 '
우리에게 그 순간이 다시 찾아온다면 '유통기한'이 가지는 숫자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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