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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를 죽이는 사치와 후세를 보듬는 사치 [세상보기] 게시글 상세보기 - 등록일, 조회수, 첨부파일, 상세내용, 이전글, 다음글 제공
    자기를 죽이는 사치와 후세를 보듬는 사치 [세상보기]
    등록일 2011-03-25 조회수 6543

    몇 년전 필자는 연구자료 수집을 위해 40,50대 여성들과 인터뷰 한 적이 있다. 사치품 소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중 한 40대 여성의 솔직한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손톱관리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긴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여자는 손에 물 안 묻히고 사는 여자처럼 보여서”라고 했다. 기혼여성에게 손톱치장은 심미적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직접 밥해먹고 사는 여자가 아니다’는 무언의 상징과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녀는 가사 일을 직접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행동과 생각은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차이점은 과거에는 유한계급들만이 그러한 과시적 목적의 사치소비를 하였으나 현대 사회는 맘만 먹으면 누구든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과거 동서양의 여성들 모두 화려하게 수놓은 과다하게 장식된 옷을 입고 머리는 길게 혹은 위로 묶어내어 치장하며 유한계급을 과시했다. 아름다움을 넘어서서 지나치게 과시적인 머리치장을 하고 비싸고 화려한 의상을 입음으로써 자신들에게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서양의 코르셋과 수 겹의 드레스 의상도 유한계급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코르셋을 통해 허리둘레를 억지로 잘록하게 만들며 남의 도움 없이는 입을 수 없는 옷을 입었고, 일상생활 역시 남의 도움 없이는 전혀 할 수 없는 장식적인 여성으로 평가받음으로써 유한계급을 과시했던 적이 있었다. 과거 유한계급의 남성 또한 이러한 여성이 자신의 여성이라는 것으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곤 했다.

    시대가 흘러 모습은 달라졌지만 현대 사회에도 이러한 과시욕은 여전히 남아있다. 일전에 보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어느 부유한 사장이 아내가 쓴 신용카드 명세서를 보곤 “당신은 유지비가 많이 드는 여자야”라며 싫지 않은 표정으로 얘기하고, 그 말을 들은 여자는 스스로를 과다한 소비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값비싼 여자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드라마 속 남편은 값비싼 비용이 드는 여자를 곁에 둘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점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남들보다 더 우월한 위치를 원하여 상류계층을 열망하고 대접받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본능인 것 같다. 원초적으로 출세와 부의 축적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비싸고 고급스러운 사치품을 구입하는 과시적 소비가 주는 만족감과 행복이 분명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만족과 행복을 얻기 위해 들이는 대가(비용)가 상대적으로 너무 크고 만족감 역시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거의 모든 사회구성원이 함께 과시적 소비를 하게 되면 상대적 서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이 사회 전체적으로 비용만 낭비될 뿐이라는 사실이다. 누구나 다 하게 되면 더 이상 구별이나 상류층의 표상이 되지 않아 사람들은 또 다른 것을 찾아 나서지 않는가  네일아트가 대중화된 지금은 손톱관리를 했다고 집안일 하지 않고 사는 여자로 여기지 않고, 누구나 아는 브랜드의 명품가방이 흔해지자 몇몇 사람들은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초고가 브랜드로 눈을 돌리지 않는가  또 세월이 지나면 대중은 그 초고가 브랜드 제품을 얻기 위해 수 개월분의 월급을 쏟아 붓지 않으라는 법 없다.

    15세기 초 부녀자들의 사치가 날로 심해져 이를 막기 위해 영국의 헨리 4세 정부에서는 ‘사치 금지법’을 제정하여 공포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러자 “매춘부와 소매치기에게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덧붙이자 사치가 줄어들었다한다. 이는 우리가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과시적 소비에서 비과시적 건전 소비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현대사회에서의 사치는 마케팅과 결합되어 인간으로 하여금 사치욕망을 부추기며 사치를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의 자극을 받아 사람들은 타인과의 구별이나 그들의 시선에 의존하여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으려 사치소비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결국 타인의 시선을 스스로가 어떻게 해석하느냐 일 것이다.

    ‘사치 향락의 중국사’를 저술한 이나미 리츠코는 사치라는 문화형태가 자기파멸과 역사의 유산이라는 경계에서 어떻게 줄달음하는지의 기준으로 ‘자기를 죽이는 사치’와 ‘후세를 보듬는 사치’의 구별로 그리고 ‘물질적 사치’와 ‘정신적 사치’의 구분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지나치게 물질적인 사치는 자기를 죽이는 사치이며 자기파멸을 가져오고, 정신적 사치는 후세를 보듬는 역사의 유산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절대적 자유를 목표로 하는 정신의 유희에 몸을 맡기는 정신적 사치야말로 궁극적인 사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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