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사막의 오아시스다. 바쁜 조직 생활에서 달콤한 휴식시간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는 구내식당이 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면 20분이면 식사를 마칠 수 있기 때문에 1시간 점심시간에서 남은 40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활용해 은행 볼 일을 볼 수도 있고, 책을 읽거나 영어를 들으며 자기계발에 매진할 수도 있으며, 꿀맛 같은 오수(午睡)를 즐길 수도 있다.
며칠 전에도 별다른 약속이 없어 팀 동료들과 함께 구내식당에 갔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20분 내외의 짧은 식사시간이 끝나가려는데, 그 때 동료 A가 식판에 남겨진 음식을 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환경문제도 심각한데 사람들이 남기는 엄청난 잔반(殘飯)을 줄이려면 어떤 방법을 쓰는 것이 좋을까”라고.
듣고 있던 동료 B가 먼저 “음식을 전혀 남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인센티브(incentive)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은 사람들에게 매 식사 마다 100원의 마일리지를 쌓아 주고 이것이 30회 정도 누적되면 한 번의 점심(구내식당 점심 가격은 3천원)을 공짜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람들이 반찬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른 동료들도 대체적으로 B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한편 인센티브 보다는 ‘벌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동료도 있었다. 예를 들어 잔반을 남긴 사람들에게 100원씩 내라고 하면 어떻게든 잔반을 안 남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게 하면 구내식당 이용자가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필자를 포함한 동료들은 그 날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근을 줄 것인가 채찍을 줄 것인가, 상(賞)과 벌(罰) 중에서 어느 것을 활용해야 더 효과적인 가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이런 대화를 하다가 귀중한 ‘사막의 오아시스’가 그대로 날라가 버렸을 뿐이다.
얼마 전 읽은 책에는 “누군가의 금연을 돕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는 게 좋을까 ” 라는 이슈와 관련하여, 만약 그 사람이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의 열렬한 팬이라면 경기 입장권을 코앞에 들이밀고 유혹하는 당근보다, 가지고 있는 입장권을 빼앗겠다고 위협하는 채찍이 더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손안에 있는 것을 놓기 싫어하는 인간의 손실회피 경향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잔반에 대해 마일리지를 주는 것 보다는 벌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법일까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다면, 일반적으로 채찍과 당근(Carrots and Sticks), 상벌(Reward and Punishment)이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지게끔 만들어줄 수 있다고 오랜 동안 주장해 왔다. 행동이 바람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면 채찍을 써서 행동을 억제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에 미달하고 있다면 당근을 써서 그러한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 가운데에서도 일군의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같은 크기라도 이득보다는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손실회피(Loss aversion)’ 개념을 이용해 종종 당근보다는 채찍이 행동을 규제하는데 더 효과적인지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당근이나 채찍이 가져오는 예기치 않은 결과들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의 연구 성과들은 당근과 채찍이 사람들의 도덕적 동기를 사라져버리게 할 위험이 있음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게 퍼즐을 풀다가도 정답 맞추는 데 얼마라는 식으로 물질적 유인책을 제시하면 흥미를 잃고 문제풀이의 정확도도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나, 지각에 따른 벌금이 오히려 지각을 부추긴다는 연구결과 등이 그러한 위험을 보여주는 예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은 제도적 유인에 수동적으로만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유인을 해석해내고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란다.
독자들은 잔반을 줄이기 위해 어떤 방식을 선택하실 것인가 당근(보상) 채찍(벌금) 도덕적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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