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우연히 EBS에서 영화 간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초창기 간디의 운동 중 하나는 영국산 의류제품의 불매운동이었다. 값싸고 질이 좋은 영국산 의류제품을 사는 대신 국산제품을 구매하거나 스스로 만들어 입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간디는 사람들 보는 앞에서 물레를 돌렸고 그렇게 만든 실로 옷감을 만들어 옷을 지어 입었다.
그 영화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을 시사해 주기도 한다. 영국산 의류가 인도에서 많이 팔려도 영국 노동자의 어려운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노동자의 일터가 소수의 주체들에게 독점되어 있었고 그래서 성장의 과실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 소수의 주체들은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우리는 돈을 벌어야 소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값싸고 질이 좋다는 명목으로 외국산 제품을 무분별하게 구매하면 결국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곳이 파괴되고 그리하여 돈을 벌 데가 없어진다. 그러면 소비도 할 수 없다. 국내 제품이 좀 나쁘고 불편해도 국내 제품을 구매해야 내가 돈을 벌 곳이 보존되고 성장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나친 국수주의는 경계해야 하겠지만, 장기적 안목을 갖고 소비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
물론 이렇게 해서 지켜진 국내 일터들이 소수의 주체들에 의해 독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렇게 독점되면 일터를 지키려고 팔아주어 보았자 나 자신은 점점 가난해질 뿐이다. 높은 가격으로 지갑을 얇게 만들고 이를 통해 부쩍 커진 힘으로 일터에서, 또 소비의 현장에서 우리들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요즈음 부쩍 드러난 현상과 같이 소수의 독점적 주체와 그 주체의 가신과 근위병을 제외하면 장삼이사의 모두는 하루를 허덕이는 일용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일터가 소수의 주체들에 의해 독점되지 않는 한, 다소 값이 비싸고 질이 떨어지는 국내산 제품을 사더라도 나는 더 부자가 되고 행복해 질 수 있다. 다수자의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의 구매가 국내의 일터를 성장시키고 그러면 점차 나는 돈을 더 벌고 더 많이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속에서는 아무도 남을 함부로 착취할 수 없기에 소위 성장의 과실에 대한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진다.
이런 사고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우리는 무척 곤혹스러운 상태에 빠져있다. 국내 일터가 소수의 주체들에게 독점되어 있으므로 국내 일터를 지키고자 국내산 제품을 구매하면 그 소수의 주체들이 나에게 함부로 해 나의 생활이 나빠지고, 그렇다고 값싸고 질 좋은 외국산 제품을 사면 나의 일터가 사라져 나의 생활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생각이 너무 비약적일 수도 있다. 또 그런 문제가 사실이더라도 당장 해결책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그러나 그런 문제의 측면을 우리가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만 소비자 각자가 가끔씩은 그런 것도 생각해 보며 진중하게 지갑을 열었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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