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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갑능력을 벗어나면 악몽...[세상보기] 게시글 상세보기 - 등록일, 조회수, 첨부파일, 상세내용, 이전글, 다음글 제공
    지갑능력을 벗어나면 악몽...[세상보기]
    등록일 2011-03-03 조회수 6246
    지갑의 능력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은 지난달 27일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주가, 차트)에서 “집을 산 것은 내가 세 번째로 잘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52년전 집을 사고 너무나 많은 추억을 남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매일경제, 2011.3.2). 이처럼 가족의 추억,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집에 대한 철학을 옛일만을 회상하기 좋아하는 노인의 고리타분한 조언으로 가볍게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립극장인 삼일로 창고극장은 1975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민간 극장이다. 글쓴이의 대학생 시절에도 가파른 언덕에 ‘가난하면서도 애잔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버티고 있었다. 학교를 갈 때 타던 좌석버스가 그 길을 지나곤 했는데 볼 때마다 다쓰러져 가는구나하고 생각했었다. 지금보다 가난했던 70, 80년대에도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었던 창고극장이 국민소득이 2만 달러인 지금 이때에 문을 닫기로 했다니 야박한 개발주의문화에 서운한 마음이 든다. 다행히 2월 28일 문을 닫을 예정인 삼일로 창고극장은 서울 중구청, 연극인, 일반인들이 함께 살리고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소비자들의 행태를 보면 ‘새 것’과 ‘큰 것’에 대한 애정이 지나칠 정도이다. 새롭게 개발된 대단지 아파트에 대한 폭발적인 분양 열기를 보면 오래된 것, 추억이 있는 것에 대한 일말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필자는 아직도 어린 시절을 보냈던 광화문의 뒷골목을 잊지 못한다. 광화문은 오래전부터 개발되어 왔던 곳이라 반듯반듯하게 혹은 세련되게 자리 잡지는 않았지만 60년대의 잔유물도 가물가물하게 남아 있고, 70년대와 80년대의 집들과 음식점은 꼭꼭 숨어서 뒷골목에 한두채 남짓 남아있는데 그것이 그렇게 정겹다. 이제는 존재의 과거 사실조차 망각의 저편에 보내버린 광화문의 웅장한 가로수는 장렬한 여름의 열기를 시원하게 해주었었고 또 재수학원들 옆에 있었던 무지 매웠던 떡볶이는 매운 혀를 식히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다른 손에 들고 함께 먹었던 우스꽝스런 기억과 겹쳐진다.

    최근 세계적 명품에 중독된 부산의 20대 대기업백화점 직원이 투신자살한 사건을 보면 우리 사회의 ‘더 새 것’, ‘더 큰 것’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도 일조한 것 같아 씁쓸하다. 베르베르의 ‘뇌’라는 소설에서는 ‘인간이 무엇 때문에 활동을 하는 가’에 대한 물음에 ‘더 큰 쾌락의 추구’일 것으로 추론하면서 지나친 쾌락은 종말을 예고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즉 인간의 뇌에는 ‘쾌락 중추’가 있는데 이 부분은 중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명품 중독, 게임중독, 알코올 중독, 마약중독 등 각종 중독 증세는 이 쾌락중추와 밀접히 관련된다. 반면 기부하는 행위도 쾌락중추에 비슷한 자극을 준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다.

    나쁜 대상에만 중독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몸에 좋은 중독은 없을가  어떤 대상의 소비가치는 그것을 향유하는 소비자가 스스로 느끼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새 것’, ‘큰 것’을 추종하는 것은 그것들이 좋은 것으로 스스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좋은 것’을 규정할 특권을 가지고 있다. 워렌 버핏의 52년된 집이나 다 쓰러져가는 삼일로의 창고극장, 뻔쩍거림이 없는 정동극장의 뒷골목, 가보면 별 것 없는 덕수궁 돌담길, 촌스러운 동네 작은 슈퍼가게 등에는 개개인의 추억이 겹겹이 싸여 있는데 이런데 중독되고 싶다. 이렇게 오래된 것들에 중독되면 부작용도 없을 텐데 우리는 늘 내 지갑능력을 벗어나는 것만 쳐다 보고 부러워 한다. 지갑능력을 벗어나면 악몽인 것을 다 알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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