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우리 경제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가장 빠르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 종합주가지수 2000을 넘어섰고 환율은 1100원대를 유지하였으며 시장금리도 안정화되어 금융시장의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였다. 실물경제 또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6%대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아시아국가 중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였고 유럽과 미국과의 FTA협상을 타결하여 해외교역과 투자의 장을 열었다. 적지 않은 성과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이겨낸데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극복해낸 우리경제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렸지만, 다수의 성실한 투자자에게는 이익이 배분되지 않고 소수에게 귀속되었다. 계층간 소득격차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OECD회원국 중 국민의 복지수준이 가장 낙후되어 있다. 이들 세가지 우려는 현재 우리경제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지적이다. 그중에서도 낙후된 국민의 복지수준은 우리사회가 하루빨리 합의하고 해결해야할 선결과제이다.
OECD회원국의 평균 공공복지지출은 GDP의 19.3%인데 비해 우리나라 복지지출은 GDP의 9%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P가 OECD회원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국민소득 차이를 무시한 단순비교는 무리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을 고려하여도 마찬가지이다. OECD회원국들이 1인당 GNP가 2만불이었을 때 공공복지지출은 GDP의 평균 18.9%였다. 우리나라는 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9% 수준이다.
최근 혼자 집을 지키던 초등학생이 성폭행한 당한 후 살해된 떠들썩한 사건이 있었다.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당일, 청소부일 등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아이들이 아무 보호장치없이 성범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음을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국민복지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 열심히 일하다 실직한 사람, 사업에 실패한 사람, 공부를 하지 못한 사람들도 우리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인간품위를 유지하며 살수 있는 사회보장제도이다. 민족, 국가의 개념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체 개념까지 없어진다면 이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우리경제의 복지지출은 이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2011년 신묘년은 토끼의 해이다. ‘토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이 있다면 '거북이' 일 것이다. 달리기 경주에서 항상 이기기만 하던 토끼는 사실 거북이 안쓰러웠다. 거북이한테 한번은 져주고자 경기 중에 잠을 청해 거북이 승리하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우리를 따뜻하게 하고 있다. 경쟁에서 낙오한 패자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으며, 이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2011년 토끼해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