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401) |
뜨거운 감자 - 스마트 폰 |
한 살 더 먹었습니다. 나이야 차등지급 되지 않으니 그거 하나 위로가 됩니다.
평등하게 한 살씩 더 드신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번 컬럼 때 스마트폰을 갖게 됐다고 자랑했었습니다. 입살이 보살이라고, 동네방네 자랑했다가 바보 됐습니다. 네네, 2탄이 있습니다.
지난 일을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신촌 번화가에 있는 휴대폰 대리점에 스마트폰 신청하러 갔다가 굴욕을 당했지요. 저보다 스무살은 어려보이는 남자직원이 저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컴퓨터 할 줄 아시냐"고 물어보더군요.
저 뒷목 잡고 쓰러질 뻔 했지만 애써 평정심을 되찾았습니다. 그냥 빨리 개통만 되게 해달라고 눈 흘기고 왔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열흘이면 나온다던 폰이 한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는 겁니다.
전화를 했더니 제 상담을 받았던 그 직원이 그만뒀답니다. 또 전화했더니 전산이 다운됐네 어쩌고 변명이 많습니다. 저도 뭐 나름 바쁜지라 알아보는 걸 미루고 있다가 이 대리점에 쳐들어갔습니다.
각설하고, 결론은 제 신청서가 누락됐단 겁니다. 그래서 몇차수 어쩌고 하는 대기자 명단에서 제 이름이 빠진 거지요. 아아, 스마트폰을 폼나게 들고 기사도 검색해보고 남들 다 하는 그 트윗질도 해보려고 했던 제 꿈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저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 어찌된 일이냐고 했더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제 생각엔 그런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대리점을 통해 신청한 거니 통신사에 따질 건덕지도 없는 겁니다. 당장 폰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지만 자기네도 어쩔 수 없으니 다시 신청해서 2주를 기다리랍니다. 조지려고 해도 너무 한심해서 기운이 나질 않는 거지요.
그냥 애꿎은 대리점 유리문만 몇번 걷어차고, 안에서 상담받던 사람들 내쫓고 나와버렸습니다. 젊은이의 거리에서 진상부리는 아줌마 된 거지요.
다음날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기다렸습니다. 말이 안통하더군요. '자기네들은 신청하는 순서대로 폰을 지급할 뿐이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하는 지 모른다' 뭐 이런 식입니다.
혼자 소심하게 씩씩거리고 있는데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 친구도 문제의 I폰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어쩌구 저쩌구 불을 뿜었더니, 그 친구 말이 더 걸작입니다.
제 친구, 전화기가 이상해 상담원에게 이상한 증상을 이것저것 설명했더니 그러더랍니다. "고객님, 저희 I폰 쓰시는 거 맞으세요 전화기 뒤에 사과 그림 있는 거 맞으세요 "
나름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가진 제 친구, 하도 기가 막혀 그랬다네요. "그럼 배가 그려져 있겠어요. 수박이 그려져 있겠어요 "
저희 IT 담당에게 '중년여성고객 우롱하는 통신사' 이런 식으로 기사 좀 써달라고 했다가 비웃음만 샀지요. 대신 팁 하나 얻었습니다.
I폰 신청은 절대 대리점에 가지 말고 직영점이나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사과숍'을 통하라고 하더군요. 백화점은 고객 컴플레인이 나오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최대한 친절하게 개통과 설명을 해준답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월초에 가입하길 권하네요. 월말에 가입하면 데이터요금을 잘못 계산해서 바가지 쓸 위험이 많다고 한참 설명을 해줍니다. 외국에 나가 로밍할 때 유의사항은 또 왜그렇게 많은지요.
메일계정을 등록할 때는 어떤 환경에서 해야 하고 보호막 필름을 붙일 때는 어찌해야 하고, 무슨 사용유의사항을 책으로 만들어야할 지경입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도 이 폰을 손에 넣어야하는 걸까요. 주위에선 "아마 그걸 손에 쥐는 순간 하루종일 컴플레인을 하게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까지 아끼지 않더군요.
정초부터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 글 / 김소라 팀장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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