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사태를 보노라면 세상에 꼭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는 것 같다. 치킨을 싸게 팔아서 소비자는 좋은데 치킨 가맹점주들은 울상이 되었다. 저가공세로 힘들어 죽겠는데 자신들이 받는 가격이 높다고 아우성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 통에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치킨 가맹점본부이다. 치킨가맹점 산업의 속성상 일개 가맹점주가 지나치게 부당이득을 취할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점주의 원가와 마진은 사실상 본부에게 유리상자이다.
그래서 가맹점본부는 부랴부랴 원가라는 것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가맹점본부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만 부채질한 것 같다. 이런 의구심이 사실로 귀착될지 아니면 가맹점본부가 정직한지를 판단해 보려면 먼저 가맹점본부에 물품을 공급하는 납품업자와 가맹점본부, 그리고 가맹점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이 3자들이 어떤 역학 관계를 갖고 있는지 분석해 보아야 한다.
상식적으로 규모도 영세한데다 다른 점주로 대체될 수 있는 가맹점주는 힘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한폄, 납품업자는 양계농장주와 이 농장주로부터 닭을 받아 처리해 가맹점본부에 전달하는 닭기업, 그리고 가맹점본부에 부자재를 공급하는 납품업자로 구성된다. 닭기업은 가맹점본부와 같이 힘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되나 양계농장주의 처지는 가맹점주보다 크게 낫지는 않으리라 짐작된다. 부자재 납품업자도 가맹점본부에 그렇게 힘을 쓸 처지는 못될지도 모른다.
만약 지적대로 치킨 값이 지나치게 높다면, 어디서 높아질 수 있는지 위 역학관계에 따라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여러 가지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서민들이 이런 추측이나 느낌에 매달려 쓸데없는 오해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있다면, 그런 일은 세상에 지천으로 깔려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 어떤 한 가지를 침소봉대하여 냄비같이 끓는 것은 그 자체가 무익하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치킨문제이든지 아니면 피자문제이든지 서민의 삶을 위해 당연히 노력을 노력해야 할 위치에 있는 분들이 진정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어제는 피자로, 오늘은 치킨으로, 서민들이 들끓을 때 슬쩍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실용적인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그런 문제의 근원을 하나라도 깊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노력하는 것이 잠시라도 높은데 앉아서 힘겹게 삶의 무게를 지고 걸어가는 서민들을 바라볼 수 있는 분들이 갖고 있는 의무이자 권리일 것이다. 그 분들에게 이 같은 자신들의 숭고한 의무와 권리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을 때 서민들은 치킨이든지 피자이든지 비싸면 비싼대로 싸면 싼대로 행복하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