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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소비자 vs 포로 소비자
등록일
2010-12-01
조회수
6050
소비자칼럼(442)
프로 소비자 vs 포로 소비자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소비자라는 이름을 가진다. 사실은 태어나기 전부터도 소비자였지만 태어난 뒤에는 본격적으로 소비자의 역할을 시작한다. 분유를 먹고, 병원에 다니고, 유아복을 입는다. 어릴 때는 부모가 소비를 조절하고 조정하므로 수동적인 소비자다.
나이가 들면서 직업을 가지면 능동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한다. 모든 일은 하루 3시간씩 10년 정도 투자하면 프로가 된다고 한다.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서의 프로는 기본이다. 그리고 돈을 사용할 때도 프로 소비자가 되어야 행복해진다.
사업과 사기는 한 글자 차이다. 심한 경우 잘 되면 사업, 잘못되면 사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소비자로서의 프로가 되기 위해서도 1만 시간 정도 투자해야 한다. 일반 상식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입사 시험을 볼 때는 일반 상식 과목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말 그대로 상식 수준을 가지고 시험을 본 사람은 대부분 떨어졌다. 일반 상식 책을 구입해 공부하고 시사 정보를 꾸준히 익힌 사람들이 합격했다. 일반 상식이 상식이 아니라 당락을 결정했다. 생활하는데 알아야 할 소비자도 상식이 부족하면 사기꾼이나 악덕 사업자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사기꾼은 그 방면의 전문가이고 소비자는 상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금 유식한 말로 포장하면 정보의 비대칭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 소비자 상식이 소비 생활의 질을 결정한다.
대학 입시가 끝나는 시기가 되면 가슴 설레는 두 집단이 있다. 사회에 쏟아져 나오는 초보 소비자를 노리는 악덕 사업자와 대학 입시를 막 끝낸 초보 소비자들이다. 입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기쁨에 선택의 자유를 누리다가 선택의 아픔에 치를 떠는 사람들이 많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엄마 목소리를 내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동화를 기억할 것이다. 열어주면 잡혀 먹힌다는 것이 교훈이다. ‘동화는 동화일 뿐 기억하지 맙시다’가 아니라 동화의 상식을 소비 생활에 응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길을 가는데 공짜로 샘플을 준다고 하면서 소매 깃을 잡아도 거절하는 것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 중 한 가지다. 설문 조사를 하는데 도와달라고 하더라도 웬만하면 그냥 가는 것이 좋다. 공짜 선물이나 애절한 눈빛은 양의 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행운은 길거리를 걷는데 공짜 선물이나 경품 당첨 같은 것으로는 오지 않는다. 필자의 경험으로 행운은 달콤하고 화려하고 빛나는 것으로는 오지 않았다. 힘들고, 어렵고, 곤란한 탈을 쓰고 찾아와 그것을 극복했을 때 행운으로 변신했다. 무지개를 보고 싶으면 비가 오는 벌판으로 나가서 비를 맞아야 한다.
하루 한 가지 상품을 싸게 파는 인터넷 쇼핑몰이 인기를 끌자 참여하는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정상적인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서비스 업체도 많지만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업체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셜 커머스를 이용하는 인터넷 쇼핑몰은 사업 구조상 돈을 미리 받을 뿐만 아니라 돈을 받는 업체와 서비스하는 업체가 다르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언제든지 사기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인터넷에서 먹고 튀는 사기꾼은 찾기도 어렵고, 잡기도 힘들다. 그런 업체를 대상으로 피해를 보상 받는 것은 더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0년 11월 29일 소셜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부실한 서비스’ ‘환불과 사용 기간 제한’ ‘영세 업체의 부도 또는 사기 위험 노출’ 등의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피해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낚시로 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고기가 모이는 곳에 먹음직한 미끼를 사용해야 한다. 낚시 상식은 낚시할 때뿐만 아니라 소비 생활에서 치환해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도 낚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공짜라고 유혹하는 선물이 내가 낚시 바늘에 끼우는 튼실한 지렁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피해를 입지 않는다.
유행하는 상품이나 트렌드에는 거품이 일기 마련이다. 거품에는 악덕 사업자가 끼어들어도 표시 나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소비 생활에도 적용된다. 돈 쓰는 재미를 누리는 행복한 프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 생활의 상식을 높여야 한다. 상식이 부족하면 악덕 사업자의 포로가 되기 쉽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수시로 사기성 거래에 주의하라는 피해 주의보를 내보낸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정보를 접할 때도 주의 깊게 들어두면 프로 소비자에 가까워질 수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기 전에 관련 기관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보를 탐색하면 상당 부분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화장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우는 것도 중요하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분칠을 한 사업자의 민낯과 악덕 상술을 알아보는 것, 소비자 피해를 입지 않는 첫걸음이다. 학습하는 소비자, 공부하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가 발생해도 대처할 줄 아는 프로 소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