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396) |
말썽많은 스마트폰 |
스마트폰이 대세입니다. 요것이 등장하고선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빙하기 전후에 비견될 정도지요. 특히나 기자들에겐 참으로 필요한 기기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이메일 체크하고, 인터넷 기사 들여다보고, 심지어 사진과 기사도 전송할 수 있으니까요.
회사에서 몇차례 신청을 받았지만 굳건히 버텼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그냥 나눠준 핸드폰 약정이 내년 6월까지 남아있는 거죠. 위약금을 토해 내라지 뭡니까. 세상에나. 게다가 I사에서 나온 스마트폰은 그사이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왔습니다. 1년 사이 버전이 업되는데 내년 6월이 되면 더 좋은 것이 나오겠지, 했더니 누군가 그러대요. "기계란 것은 죽기 전에 사는 것이 가장 최신 모델이야"라고요.
버티다 버티다 저도 스마트폰 신청했습니다. 취재 나가면 다들 제 휴대폰 보고 한마디씩 하는 겁니다. 웬만하면 폰 좀 바꾸라구요. 트위터도 하면서 세상과 소통을 좀더 원활히 하라네요. 흑흑.
그래서 신촌의 가장 번화한 거리에 나가 제일 큰 휴대폰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I폰 신청해 주세요" 했더니 저보다 스무살은 어려보이는 알바 청년이 아래위로 훑어봅니다. 그러더니 충격적인 한마디를 날리는 거죠. "혹시 컴퓨터 할 줄 아세요 " 허걱. 아무리 제가 아줌마라도 컴맹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니거든요. 부르르 하면서 "최대한 빨리 개통이나 해 달라"고 했더니 이 청년 내공 강합니다. "컴퓨터 잘 못하시면 사용하시기 힘드실 텐데요." ㄲ끝까지 절 의심합니다.
아무튼 굴욕을 당하면서도 신청했습니다. 내일 모레면 저두 요 최신형 기기를 손에 쥐게 되는데 살짝 걱정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도 전화받기와 걸기, 메시지 보내기 정도 밖에 못하거든요. 제 또래 기자들, 그 어렵다는 스마트폰 들고 최소 일주일은 끙끙대는 걸 여럿 봤습니다.
게다가 이 회사는 아무리 초기에 불량이 발견돼도 새 걸로 교환을 해주지 않는다는 방침이 있다잖아요. 제 후배 하나는 개통 첫날 기계가 하자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대리점에서는 개통한 지 하루나 지났기 때문에 리퍼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했고요.
'폭풍 컴플레인'을 한 끝에 단말기 개통 철회를 한 후 신규 개통을 하라는 권유를 받았는데요(무슨 말인지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잘 해결되는 듯 싶더니 또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불가하고, 가입서 쓸 때 무슨 규약에 사인을 해서 틀렸고 하루종일 대리점, 통신사, 고객만족센터와 돌아가면서 통화를 하는 겁니다.
옆에서 보다 못한 제가 그까짓거 쓰레기통에 넣고 취재나 제대로 하라고 한 소리 했지요. 그의 컴플레인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 한 후배는 굴지의 S사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하자입니다. 통화 중 스리슬쩍 혼자 꺼지는 건 기본. 손도 안된 전화가 혼자서 신호를 보내는 마술까지 부립니다. 감도가 좋아 슬쩍 건드려서 전화가 연결된거 아니냐고 했더니, 억울한 소리 하지 말라고 눈을 부라립니다. 귀신폰이라고까지 별명이 붙었다네요.
요즘 이 회사 AS센터가 미어터지는 게 다 이 스마트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저야 뭐 휴대폰을 구입하는 족족 어처구니 없는 말썽을 일으키는 '기계의 무덤'으로 유명합니다. 몇년 전 둘째를 낳고 바꾼 M사의 휴대폰은 일주일만에 액정이 꺼지는 바람에 퉁퉁 부은 얼굴로 AS센터를 방문한 악몽이 있지요. 고치고 또 열흘만에 똑같은 고장을 일으켜 AS 센터에서 제대로 난동을 부렸지요. 저 '진상녀'로 이름 올렸습니다.
소보원 게시판에도 스마트폰 등장 이후 이같은 불만 호소 건수가 엄청 늘었답니다. 가입서 작성할 때 약정 꼼꼼히 살피고, 규정을 잘 읽어서 혹여 고장이 났을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자'가 아닌 제대로 된 '아이'가 제 손에 들어오길 간절히 빌고 있지요.

■ 글 / 김소라 팀장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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