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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인 소비 [세상보기]
    등록일 2010-11-03 조회수 6241
    세상보기(392) 합리적인소비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합리적인 소비에 대해 배운다. 과소비나 모방소비 등을 하지 않아야 하며, 절약하는 생활 태도를 견지하기 위해 늘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고 예전의 학생들부터 지금의 학생들까지 모두 배워왔다. 심지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이 합리적 소비에 대한 교육은 계속된다. 
    TV와 신문을 비롯한 주요 언론에서는 ‘어떻게 하면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지,’ 또는 ‘과소비를 한 사람들이 얼마나 좋지 못한지’ 등과 관련해서 끊임없이 우리를 재교육시키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비싼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 대해 늘 타인의 시선을 염려하기도 하며 (물론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도 많이 늘었지만), 어떻게 싸게 구입하는지에 대해 늘 생각하게 된다. 
    물론 필자도 그런 일반적인 소비자들 중 한 사람으로써 제품을 구입할 때 늘 가격을 따지게 된다. 구매 직후에는 저렴한 가격을 지불한 구매 행위에 대해서는 대개 만족을 하곤 한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의 만족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것에 대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세세히 따져본 적은 없다.

    문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방식의 합리적 소비가 꼭 절대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대부분의 교과서와 언론에서 규정하고 있는 합리적인 소비는 그 정의를 너무 좁은 관점에서 내리고 있다는 데에 있다. 
    즉, 현재 시점에서의 가격대비 품질 또는 품질대비 가격이라는 평가기준만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매우 중요한 소비자 의사결정의 잣대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품의 품질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닐 것이다. 
    과거에는 내구성, 구성물 (예: 의류의 경우, 면 100% 또는 나일론 50% 등) 등이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개개인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는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각 개인의 선호도는 저마다 다를 것인데, 이 또한 제품에서 느끼는 개인의 만족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각 개인이 다양한 제품들의 정확한 품질을 알기 힘들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어 사람들은 브랜드의 유명 정도에 따라 품질을 간접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이는 최고의 브랜드를 소장하는 데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하지만, 또 다른 이는 아주 작은 정도의 가치도 쳐 주지 않을 수 있다. 제품의 가치는 각 개인이 매기는 것이며, 이것에 대한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 여 년간 우리나라에는 대형 할인매장이 급속도로 늘어났으며, 이제 사람들은 집에서 가까운 할인매장에서 주말마다 장을 보는 것이 일반화되어 버렸다. 필자도 할인매장에 가는 일을 즐겨하는 편이고, 그곳의 저렴한 가격에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곤 한다. 물론 어차피 먹을 것들이 대부분이고 남기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굳이 과소비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해 본다. 
    그런데, 필자가 할인매장에서 절대 구매하지 않는 제품이 있다. PB(Private Brand) 상품이 그것이다. 각 할인매장의 브랜드가 붙어 있는 제품들을 독자들도 모두 보셨을 것이다. 이 제품들은 같은 종류의 다른 브랜드 제품들보다 꽤나 싼 편이며, 도입 초기에는 모든 가능한 PB상품을 구매하였을 시 일반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경우보다 얼마나 저렴하고도 합리적인 선택인지를 보여주는 카트 2대의 전시도 등장하곤 했다. 
    소비자들은 점차 PB상품을 많이 구입하게 되었다. 필자가 PB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노파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PB상품을 사게 되면, 점차 매장의 진열대에서 PB 상품이 차지하는 공간은 커질 것이고, 일반 브랜드의 설 자리는 좁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PB상품의 품질은 사실 훌륭할 것이다. 대체로 해당 업계의 3등 또는 4등 심지어 2등 업체가 제조를 담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며, 유통업체의 힘이 커질수록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같은 류의 과자라도 각기 다른 다양한 브랜드가 서로의 차별적 경쟁력을 갖고 소비자들을 향해 경주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가격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만 무장된 PB상품과 1-2개의 브랜드 정도만이 살아남지는 않을까….기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각 진열대의 좋은 자리를 점령한 PB상품들을 볼 때마다 이러한 걱정을 쉽게 떨구어내기 힘들다. 걱정이 현실이 될 때, 우리들은 경쟁의 혜택을 잃어버리고 아주 좁은 제품 선택의 폭과 함께 낮은 품질의 제품들을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제품들이 서로 경쟁하는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가끔씩 소비자들도 가격 일변도가 아니라 다양성의 추구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합리적인 소비일 것이다. 몇 년 후의 나와 한참 후의 우리 아이들의 즐거운 소비를 위해서. 

     

    황장선 교수

     

     

     

     

     

    ■ 글 / 황장선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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