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외국인자금의 국내 유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한동안 외국인들이 주식투자에 열을 올렸다면 2008년 이후에는 채권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2006년 말만 하더라도 외국인 채권 보유 잔액은 4.6조원이었고 보유 비중도 0.6%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금년 8월말에는 74.7조원을 보유하게 되었고 보유 비중도 6.8%로 높아졌다. 과거에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채권시장에 잠시 들러 가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안방에 장기 투숙하고 있는 손님이 된 셈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채권 사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국내외 금리의 차이를 들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25%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미국(0~0.25%), 일본(0.1%), EU(1.0%) 역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금리 차이만으로도 우리나라 채권이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안정성이 높은 점도 투자의 매력을 높이는 점으로 지적된다. 둘째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리차이가 나더라도 환율 변동에 따라 원금의 가치가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 투자를 꺼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파생금융상품시장이 있어 환율변동에 다른 위험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차익을 얻는데 따르는 위험이 낮아진다. 셋째,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높은 매력도를 들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채권시장이 선진국 시장은 아니지만 곧 선진국 시장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신흥국 시장이 갖는 수익성과 선진국 시장의 특성인 안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EU 등 선진국 금융시장이 모두 큰 타격을 입어 회복이 더딘 현 상황에서 글로벌 자금이 투자할 만한 시장으로 한국을 선택하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채권시장에 많이 투자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조절을 통해 통화금융정책을 수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시중에 돈이 많으면 금리를 인상하여 자금을 흡수하고 돈이 부족하면 금리를 인하하여 자금을 공급한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채권매입을 늘릴 경우 시중에는 돈이 넘치게 된다. 그 규모가 점점 커지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해도 자금 흡수가 잘 안되어 시장금리가 변동하지 않을 수 있다. 즉, 한국은행의 통화금융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시장금리가 낮으면 대출자에게 유리한 것이 아닐까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낮은 금리가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들이 항상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었던 2008년 9월부터 연말까지 우리나라에서 695억 달러를 빼갔는데, 이 가운데 134억 달러가 채권시장에서 유출되었다. 그 결과 금리가 급등하여 2008년 5월 중 6.2%였던 회사채금리가 11월에는 8.6%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외국인자금이 많이 유입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시장에 대한 믿음이 높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너무 많은 자금이 들어와 외국인의 주식이나 채권 보유 비중이 높아지면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단기간에 대규모 외화 유출로 큰 어려움을 겼었던 우리나라의 경험상 외국자금 유출입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 글 /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