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이 만나면 물가걱정이 앞선다. 추석명절을 앞두니 더욱더 심란하다. 속된 표현으로 ‘물가가 벼락같이 올랐다’는 말이 있다. 굉장히 과장된 표현인데도 요즘에는 그렇게 가슴에 와 닿을 수가 없다. 시장에 나가보면 진짜 벼락 맞은 느낌이 든다. 금추가 된 상추는 말할 것도 없지만 마늘, 파, 호박, 무, 고추, 각종 나물, 과일들처럼 매일 먹는 농산물이 하루가 멀다 하고 급등하니 시장이나 마트를 몇 바퀴 돌아도 물건들이 시장바구니에 들어가질 않는다. 요사이 주부들은 늘 시장조사만 하러다닌다.
그런데 추석 때면 으레 파나 시금치 값이 마구 치솟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맘때 쯤 물가상승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이 더 심상치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물가상승 속도 때문이다. 특정 농산물 가격이 하루 만에 수십 퍼센트가 올라가는 이유에 대해서 지금이 명절을 앞둔 수요 폭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장에서 농산물투기 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기후이상으로 인한 작황이 안 좋은 것 이외에 유통과정에 대한 시장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비축하고 있거나 특별히 공급할 수 있는 농산물 물량을 시장에 푸는 것도 어느 정도 물가안정 효과가 있겠지만 지극히 순간적이다. 또 농산물유통공사의 홈페이지나 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사이트를 통하여 실시간의 정확한 물가정보를 제공한다하더라도 매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물가를 잡는 데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추석물가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반 국민들의 물가불안심리가 추석이후에도 지속될 것이고 이는 신선식품에 집중되어 있던 물가상승요인이 전산업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정부는 물가지수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실질적인 물가관리에 초점을 두고 물가불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유통 행위 촉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3%이상 상승한 전기요금은 소비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물가상승 기저에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있는 교통서비스요금, 상하수도 요금 등의 인상은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5년간 양수발전기 운행시간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서 매출액 증대이익을 챙긴 발전 5개사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보도에 일단 흥분이 된다. 이번 공정위의 조치는 시장에서 사업자들의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제동을 걸어 물가상승에 의한 소비자손해 발생을 억제하도록 유도하는 시기적절한 활동으로 환영할 만하다.
또 추석이후의 물가가 걱정스러운 것은 환율하락추세에도 불구하고 수입물가상승폭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수입물가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으며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환율 효과를 제거한 실제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10.4% 올라 환율 하락이 없었다면 물가 상승 폭이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밀(25.8%), 옥수수(7.6%), 대두(6.8%) 등의 가격이 크게 상승한 점은 앞으로 빵, 국수, 두부 등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식료품의 가격상승이 나타날 것을 보여준다.
한동안 잊고 있던 물가관리의 중요성이 요즘처럼 절실한 적이 근래에 드물었기 때문에 정부도 국민도 물가감시에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재화의 가격은 시장에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결정된다는 시장경제의 바이블은 물가걱정에 시름이 짙어가는 요즘 귀를 먹먹하게 하는 진리이다. 이제는 글로벌경제에 있는 소비자로서 국제 석유가격, 해외 금리변동, 해외 곡물가격, 해외 기후변동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 앞으로 물가는 더욱 머리를 아프게 할 것 같다.

■ 글 / 김성숙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