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생기면 관공서에 전화걸기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3년 사이에 공무원들의 전화받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몹시 친절해 개인적인 일까지 상담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특히 120 다산콜센터는 아주 훌륭합니다. 요즘은 구청 민원전화도 120과 연결돼 있어서 생활에 불편한 일이 생기면 무조건 120 버튼을 누르지요. 단축번호로 저장까지 해놨습니다.
제 번호가 블랙리스트에 떠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지만 휴일에 진료하는 동네 병원부터 버스번호까지 급하게 궁금한 일이 생기면 애용합니다.
이번 여름은 많이 더웠지요. 애들이 아직 어린지라 멀리는 못가고 동네 월드컵공원에 있는 난지 물놀이장을 몇번 갔었어요. 수영장에서 몇시간 놀다가 근처에 있는 거울분수로 이동해서 애들 풀어놓으면 하루가 후딱 갑니다. 아이들 밤에 찍소리 않고 기절하듯 잠들어버리지요.
혹시 안가보셨다면 거울분수 적극 추천합니다. 예전에 싱가포르에서 유명하다는 센토사섬 분수쇼를 본 적이 있는데 뭐 거의 그 수준입니다. 데이트족도 많이 오더라고요. 저야 물론 애들 넘어질까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느라 한가하게 풍광을 즐길 처지는 못되지만요.
사설이 길었습니다. 한번은 그 거울분수에서 신나게 애들이 뛰어다니고 있는데 자전거족이 몰려오는 겁니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자전거를 타고 분수를 가로지르다가 애들을 칠 뻔 했습니다. 제가 쌍심지를 켜고 소리쳤더니 별꼴이 반쪽이라는 표정으로 쌩 내달리더군요. 쫓아가다 미끄러져 넘어질 뻔 했지요.
그 다음주에도 똑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반벌거숭이 아이들이 앞뒤 안돌아보고 분수를 맞으며 뛰어놀고 있는데 그 가운데를 자전거 타고 달리는 인간들은 대체 뇌구조가 어찌 생긴 걸까요.
버럭 화를 내다가 120으로 냉큼 전화를 걸었습니다. 분수대에 자전거가 들어와도 되는 거냐. 안내문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냐. 여기 관리는 누가 하는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정확히 3분 뒤에 거울공원 관리소라며 답전화를 걸어주시더군요. 그 분은 “분수대 주위에 쳐놓은 바리케이드가 자전거 접근 금지라는 표시”라고 하시대요. 저는 “자전거 금지라고 큼지막하게 써붙여 놓던가, 아니면 분수 트는 시간에 맞춰 안내방송을 하시던가, 감시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착하게’ 제언했지요.
관리소장님으로부터 좋은 의견 주셔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받고 끊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우연찮게 거울분수에 또 놀러갔습니다.
저 완전 감복했습니다. 자전거 출입 금지란 팻말부터 해서 메가폰 든 아저씨가 다니며 방송까지 하시대요. 분수대가 미끄러워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자전거는 들어가지 말라는 거지요. 세상 많이 좋아졌습니다.
문득 이 120 다산콜센터가 궁금해져서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하루 평균 4만3000여건의 전화가 걸려온다는군요. 이용자는 20~30대가 제일 많고요. 대중교통안내, 위치안내, 택시불편시고 등 교통분야에 대한 문의가 많답니다.
실직상담, 사랑고백 장소, 강아지 실종신고를 비롯해 어린이 대공원에 양이 있는지, 낙산공원에 하이힐을 신고가도 되는지, 온갖 것을 다 물어본다네요.(저는 양반입니다)
이런 상담도 웃으며 친절하게 답변해 준다니 대단들 하십니다. 궁금한 일 생길때 많이 이용들 해보시지요.

■ 글 / 김소라 팀장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