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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가 쓰는데 네가 무슨 상관 No! [세상보기]
등록일
2010-09-01
조회수
5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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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가 쓰는데 네가 무슨 상관 No!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 앞에서 필자가 조금은 오래된 휴대폰을 꺼내면 한결같이 반응은 동일하다. “... 윽, 이모 이렇게 살지 마세요”, “스마트폰은 아니더라도... 이게 뭐예요 ”, “공짜 폰도 많은데...” 모두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야단이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라는 아파트 광고카피를 듣고 씁쓸했었는데 조카에게서 ‘구형의 뒤떨어진 휴대폰=구형의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표현을 들으니 집, 자동차, 가방, 휴대폰 등이 그 사람의 삶을 나타내는 소비사회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하나의 상품이 사용하는 물건이기에 앞서 뭔가를 표현하고 의미가 되는 소비의 상징성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고급 냉장고가 '여자의 행복'을, 고급 샴푸로 인한 풍성한 머릿결이 '명문가의 여인'을 상징하는 광고처럼 상품의 본래적 기능과는 무관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거나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기업의 마케터들은 상품의 상징화를 꾀하고 있다. 한편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여러 상황에 의해 특히 대중매체와 기업의 엄청난 마케팅 활동으로 인해 사람들의 자기표현의 욕구와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예전보다 오늘날 더 강해졌다. 게다가 기업의 마케터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누구나 '위'에 있고자 하는, 즉 상류층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실현가능하다고 손짓하고 있다. 바로 그 수단이 사치이며, 사치품의 소비인 것이다. 상류층이나 고급스러운 상징을 획득한 유명 사치품 브랜드는 소비자들로부터 물신숭배와 같은 의미부여를 받고 있다.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사치가 '맥럭셔리(맥도날드 햄버거처럼 누구나 손쉽게 손에 쥘 수 있다는 뜻의 신조어)'로 통할만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서 이제는 사회계층을 초월해 범사회적으로 사치소비가 확산되었다. '보기에 값비싸고 호화로움'이란 사전적 뜻을 지닌 럭셔리로도 고급스러움의 표현이 부족하여 울트라 럭셔리(Ultra Luxury)라는 신어가 탄생했으며, 명품소비를 통해 자아의 정체성을 찾는 럭셔리 제너레이션(Luxury Generation)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사치의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경기 상승 측면은 차치하더라도 오늘날 대중적인 사치로 인해 생활환경이 아름다워지고, 옛날에는 상상조차 못할 호화로운 생활을 일반 대중이 누리고 있다. 한편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치가 아니라 자기도취적인 감성적 사치로 인해 심리적 행복감을 누리기도 한다.
인류학적으로 볼 때 사치는 원래 인간의 것이었다는 "사치인간(Homo Luxus)"의 예처럼 사치에 대한 욕망이 인간 본성의 일부여서일까 우리는 사치를 경원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치를 동경하는 면이 있다. 사치가 인간 본성의 일부라면 사치하지 않는 사람, 즉 절약의 미덕 속에서 낭비와 담을 쌓고 살아가는 사람은 왜 사치를 하지 않은가 사치를 하게 하는 것이 욕망이라면, 잠재적으로든 사치의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억누르는 것은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가치(Value)' 때문일 것이다.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자 해야 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의 문화적 규범 역할을 하는 인간의 가치체계는 욕망의 억제 기능을, 더 나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행동을 유도하는 또 다른 동인(動因)인 것이다.
사치는 일단 광의의 의미에서 낭비와 관련이 있다. 사치의 사전적 의미인 '필요 이상' 또는 '분수에 넘치는' 소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자원고갈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사치는 자원의 낭비를 가져온다는 크나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의 사치금지법이나 프랑스 루이 14세의 사치로 인한 왕조의 멸망 자초의 예를 구체적으로 들지 않더라도, 역사적으로 볼 때 사치의 폐해와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사치를 금지하였던 예는 허다하다. 오늘날의 사치는 계층의 이미지뿐 아니라 개인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사치의 개념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 특집 칼럼에서는 '개탄스러운 사치풍조'니 '소비의 狂氣', '사치병' 등으로 묘사하며 사회적 사치경향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삶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감에 따라 더 많이 소비할수록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물질을 중시하는 사람은 여전히 물질에 대한 욕망이 커지고 이로 인해 불만족한 삶을 산다는 연구결과가 대부분이다.
내 돈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 로 유명한 중국 '마대녀'나 교통위반 딱지에 화가나 길거리에 돈을 뿌린 중국 '부자녀'에게 우리 모두 눈살을 찌푸리지만 우리 자신의 소비행태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오늘 지름신이 내려 월급의 절반이 되는 값의 가방을 구입하거나 한 달 내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값비싼 휴대폰을 구입하진 않았는지 네가 무슨 상관이냐 말하기 전에 스스로 자신의 소비를 점검해야 한다. 결코 개인의 소비자유를 침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소비는 크게는 현재와 미래 세계 경제, 환경 등에 관한 문제이고 작게는 나와 더불어 사는 사회구성원에 대한 배려의 문제이다.
몇 개의 버튼이 눌러지지 않아 필자는 휴대폰 교환을 고려하면서도, 필자의 오래된 휴대폰에 과잉 반응하는 조카들과 지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빙그레 미소지우며 괜한 장난심이 발동해 몇 년 더 사용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