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부각되면서 공정거래가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수 년간 공정거래연구센터라는 것을 울타리 삼아 살아온 필자에게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독점적 경제구조 속에서 불공정거래는 하나의 현실로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에 어떠한 일시적 움직임으로도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 국가주도의 독특한 개발정책으로 태생된 독점적 구조는 불공정거래를 야기하고 이는 다시 독점적 구조를 강화시킨 악순환의 고리가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경제는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성장과실의 효율적 배분은 실종되었다.
역사적으로 공산 독재체제의 붕괴나 서구 제국주의의 몰락을 보면, 정부주도 하의 지나친 계획경제가 어떤 종착역에 도달할지는 누구나 한번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최선의 대안으로 시장경제를 생각하는 것 같다. 논리상 시장경제에서는 성장과 배분이 자연스럽게 이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잡한 현실 속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작동되는 시장경제구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들이 요구된다. 그들 중 하나가 공정거래를 촉진하는 것이다.
공정거래란 거래 양방 모두가 서로를 꼭 필요로 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꼭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실현된다. 어느 일방도 상대방에게 강자로서 군림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부당한 행동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상대방에게 그렇게 당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거래의 일방이 상대방을 꼭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즉, 강자와 약자가 만나 거래를 하는 상황이 된다. 이 경우, 강자가 약자를 부당하게 대해 약자가 죽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약자를 지켜주고 그 약자가 상대방만큼 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곧 공정거래를 촉진하는 것이다.
오늘날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약자를 도와주는 것을 “좌파적,” “반시장적,”이라는 명목으로 반대하고 있다. 또는 자생능력도 없는 거지를 아무리 도와주어야 별 소득이 없다는 식으로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10명의 약자를 도와 1명이라도 강자로 키워내야 시장경제가 더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이상적 논리가 100% 작동되지 않는 현실에서 시장경제를 바르게 추구하는 사람의 생각일 것이다. 그 “반시장적” 명목을 내세우는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논리에 따라가다 보면, 결국 경제는 소수의 독점자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그 나머지는 그 독점자의 자의에 따라 주어지는 배급에 의존해 사는 암흑기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정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우리 모두는 당장의 소출보다 퇴비를 주고 토양을 보존하는 농군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너무나도 가난할 때는 당장 조금이라도 더 소출을 얻어 배고픔을 달래야 하겠지만, 지금과 같이 덜 먹고 덜 써도 잘 살아갈 수 있을 때는 그런 농군의 마음을 가져야 성장과 배분이 조화를 이룬 풍요의 시장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 어쩌면 시장경제를 구현하는 것보다 그 농군의 마음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