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보기(338) |
택시 승차 거부 |
요즘은 심야시간에 얼큰하게 취한 상태에서 택시를 탈 일이 거의 없습니다. 결혼 전에는 물론 일상 다반사였지만요. 그때는 광화문서 술 마시고 새벽에 택시를 잡다가 종로까지 진출하기가 예사였지요. 택시 잡기가 시쳇말로 하늘의 별따기였으니까요. 생전 처음 보는 남자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뒷자리에 몸을 구기고 간 적도 여러차례였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오싹합니다. 역시 알콜은 '연약한' 여자에게도 용기를 주는 법입니다. 그때야 승차거부를 당해도 어디 하소연할 생각을 못했죠. 태워만 주시면 '감사합니다' 했으니까요.
그런데 대낮에 애들 줄줄이 끌고 30분을 택시 기다리다 승차 거부 당하니까 조금 화가 나대요. 용산역 앞에는 장거리 손님을 태우려고 장사진을 치고 있는 택시들이 있습니다. 저희집은 기껏해야 기본요금 나오는 거리라 용산역에서 택시 타려면 무단횡단을 감행해야합니다. 그날은 큰 애 손을 붙들고 작은 애는 한팔에 앉고, 접은 유모차까지 든 복잡다단한 상태였어요. 날씨는 덥지요, 애는 울지요, 팔은 떨어져 나갈 것 같지요, 그냥 딱 울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날 따라 택시줄에 서있는 손님도 많아 오히려 택시를 기다리는 형편이었죠. 용기를 내 그 줄에 끼어들었습니다. 겨우 우리 차례가 와서 택시 뒷문을 열려는 순간, 이 기사분 신나게 액셀을 밟으시더군요. 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전 진심으로 화가 좀 났어요.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둘째를 안은 채 도로를 내달렸습니다. 용산역 앞 사람들의 눈들이 다 저에게 집중됐지요. 막히는 도로에서 택시가 달려봐야 벼룩이지요. 전 그 택시를 어렵지 않게 붙잡았고 뒷문을 연 채 일단 엉덩이를 들이밀었습니다. 쫓아온 큰 애까지 태우고 전 노기 어린 목소리로 우리집 주소를 외쳤지요.
기사님,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택시 승강장은 아줌마가 서있던 그 곳이 아니라 여기"라고 억지 주장을 부리시대요. 말이 됩니까 거기 한줄로 서 있던 사람들은 그럼 다 뭐란 말입니까 기사님들 어려운 사정은 잘 알지만, 애 둘을 안고 걸리고 하는 아줌마를 그렇게 내팽개치는 건 아니지요. 인정상 그러면 안되는 것이지요. 애 둘이 난리치고 우는 상황에서 전 휴대폰을 꺼내 112를 눌렀습니다. 기사님은 '잘못 걸렸구나'는 표정으로 저희집까지 총알처럼 날아가시더군요.
경찰이 왔고, 이참저참 상황 설명하는 과정을 거친 후 기사님은 억지사과를 하고 가셨지요. 경찰도 제가 안되어 보였던지 앞으로 그런 일이 또 발생할 때는 어디어디로 신고하라고 당부하더군요. 최근 서울시가 택시 승차거부를 막기 위한 대대적인 방안을 내놓겠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120 다산 콜센터에 시간과 장소와 택시 상호명 등을 신고하면 2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는군요. 그리고 신고 포상제를 도입했답니다.
심야시간에 여성들이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여성전용 콜택시 시행도 검토중이라네요. 운전을 못하는 저는 주로 택시를 이용합니다. 기사님들 대부분 손님 없어 죽겠다고 하소연하십니다. 세상에는 친절한 기사님들이 더 많은데 말입니다. 여하간 택시를 탈 때는 꼭 영수증을 챙기셔야 합니다. 영수증 받아놓으면 불편사항 신고 뿐 아니라 가계부 정리할 때도 편리하니까요. 너무 신고만 하지 마시고 잘 타협하는 게 가장 좋겠죠. 집에 무사히 빨리 들어가는게 택시를 타는 가장 큰 목적이니까요.

■ 글 / 김소라 기자
스포츠조선 사회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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