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또 다른 면 [세상보기] 게시글 상세보기 - 등록일, 조회수, 첨부파일, 상세내용, 이전글, 다음글 제공
브랜드의 또 다른 면 [세상보기]
등록일
2009-07-22
조회수
5530
세상보기(327)
브랜드의 또 다른 면
브랜드가 기업 경쟁력을 제고시켜 준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브랜드를 갖고 있는 그 기업에게 그렇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브랜드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폐해는 사실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 다소 극단적인 관점이기는 하지만 브랜드의 부정적인 측면을 하나 살펴보기로 한다.
브랜드는 어리석음과 허영의 결정체라고 볼 수도 있다. 모르고 우둔하니 브랜드를 보고 편히 제품을 고르는 이들이 많이 있다. 바르게 알고자 노력하는 대신 대충대충 살아 가려다 보니 브랜드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허영이란 내공도 없는 주제에 남과 다르게 살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소박한 삶 속에서 성실히 내공을 쌓아가면 당연히 남과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데, 그렇게 내공을 쌓을 능력이 없으니 꼭 루이비똥이나 샤넬을 들고 다니며 척하고 살게 된다. 따라서 브랜드로 돈을 벌기 위한 기업에게는 어리석고 허영심 큰 소비자가 많이 필요하게 된다.
사실 돈을 벌기 위해 브랜드를 키우는 기업은 어떤 면에서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런 어허(어리석고 허영에 들 뜬)소비자를 키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업이 어허소비자를 키우는 첩경은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것을 준다고 우기는 것이다. 가령, 자사의 브랜드를 이용하면 삶의 품격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 주장의 진위여부를 객관적으로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애초부터 아무도 그 주장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꾸 우기다 보면 걸려드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렇게 걸려든 사람들과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어허소비자단이 형성되는 것이다.
증명하기 어려운 것을 우겨서 받아들이게 하려면 오랫동안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간다. 따라서 그렇게 우기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밑천이 달리는 기업은 절대로 그렇게 우기는 일을 할 수 없다. 결국 몇몇 소수의 기업만이 우겨서 어허소비자단을 만들고 이들로부터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브랜드는 시장독점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들 중의 하나이다. 브랜드 있는 기업은 제국을 이루지만 나머지 기업은 정복당하고 소비자들은 어허소비자와 신음하는 자로 나뉘게 된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소비자가 많으면 브랜드가 설 땅은 없어지게 된다. 정신병적으로 자신을 찾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역시 브랜드는 살아가기 어려워진다. 브랜드는 독점을 낳고 공정거래를 해치게 된다. 한마디로 브랜드는 소수의 병적인 행복을 위한 것이지 다수의 건전한 삶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브랜드 없는 시장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사회야말로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늘 소박한 삶을 가지고자 자신을 경계하며, 누가 우기고 누가 우기지 않는지를 분별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추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공동체 속에서 모두들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글에 극단적인 내용과 표현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극단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짧은 글 속에서 잘 전달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모두들 욕심을 버리고 지적으로 성숙할 때 시장경제도 잘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전달되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