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에 개최되었던 일본의 참의원 본회의에서 소비자청(消費者 ) 설치관련 법안이 지난 4월17일의 중의원 통과에 이어 전원 일치로 통과됨으로써, 오는 가을 경 소비자청이 본격 발족하게 되었다. 일본소비자청의 규모는 204명 수준으로, 한국소비자원 보다는 다소 작지만, 약 60여명의 비상근직원이 추가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어 전체 인원은 한국소비자원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원과 유사한 조직인 일본국민생활센터(日本 民生活センタ )는 현원인 120명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소비자청은 소비자행정담당대신 산하에 두게 되며, 초대청장으로는 민간의 소비자보호전문가가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6월 1일자 아사히(朝日)신문 기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여당과 야당이 수정·합의한 결과 일본소비자청 설립에 관련된 법안 3개가 모두 참의원에서 통과되어 가결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소비자청의 설립을 앞두고 풀어야할 숙제도 산적해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청 설립 후 직접적인 업무 연계관계에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소비생활센터(消費生活センタ )에서 근무하는 비정규 계약직 상담원들의 처우개선문제, 청의 업무수행을 감시할 목적으로 설치될 전문가조직인 (가칭)소비자위원회의 인선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일본소비자청을 구성할 직원(공무원)은 별도로 채용되는 것이 아니고, 내각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제산업성, 농림수산성, 후생노동성 등의 부처에서 종사하는 소비자담당 공무원들을 함께 모아 구성할 계획이며, 기타 변호사, 소비생활상담원, 관계전문가(학자) 등 약 60여명의 비상근직원을 둘 계획이다.
일본소비자청의 주된 기능은 지방의 소비생활센터 등에 접수되는 다양한 소비생활정보와 위해정보를 심층적으로 조사·분석하고, 사업자의 부당·위법행위 등에 대한 현장조사와 행정처분, 그리고 관계부처에 대한 권고 등이다.
일본 소비자청의 발족은 우리나라의 소비자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소비자기본법의 도입과 한국소비자원의 설립 등 소비자정책과 행정에 있어서 상당부분을 일본의 소비자정책으로부터 벤치마킹해왔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우리나라의 소비자정책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 왔으며, 일본은 소비자청의 설립 추진 등 자국의 소비자정책 추진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소비자정책의 여러 면모를 벤치마킹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일본의 소비자청의 설립은 2007년 말 위기에 몰린 여당인 자민당과 후쿠다(福田)내각의 지도력 회복을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였고, 그동안 청 설립 자체가 후쿠다수상의 사임과 여당의 잇따른 실책 등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황까지 갔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청의 발족이라는 결실을 얻게 되었다. 청 설치 논의가 시작될 즈음만 해도 일본의 소비자정책 관계자들 간에는 “한국의 소비자정책으로부터 배우자”라는 기류가 적지 않았지만, 이제, “소비자행정과 정책에 관한 한 일본이 세계를 리드하자”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소비자정책의 추진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일본의 최근 소비자정책 및 행정의 전환과 향방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 소비자청과 국민생활센터와의 기능과 역할분담과 협력체계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 글 / 이종인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본부 법정책연구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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