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기(景氣)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렵다. 특히 서민층은 더욱 힘들다.
남편이 실직한 한 주부는 하소연 한다. ‘도시가스 요금 60만원을 체납하고 있는데 가스공급이 중단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신용카드로 할부 납부했으면 하는 데 왜 도시가스 공사에서는 신용카드 납부를 허용하지 않는가’라고 말이다. 또 다른 소비자는 ‘정부는 신용카드사용을 장려하면서 정작 정부에서 발급하는 여권발급 수수료는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또 ‘보험사가 소비자의 보험료 납부를 신용카드로 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등등 소비자의 불평은 수도 없이 많다. 대학등록금의 경우도 일부 대학에서 카드론 방식을 통해 분할 납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나 수수료가 10%-19%로 높아 소비자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도시가스사업자, 보험사 그리고 대학 등은 신용카드를 통한 납부를 거부하는 이유는 한가지이다. 즉 카드 수수료 때문이다. 카드수수료를 감당하는 것이 부담되기 때문에 신용카드납부를 거부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세수 확보차원에서 국민들의 신용카드사용을 적극 권장해 왔고, 그 결과 신용카드사용의 저변확대를 가져왔다. 국세와 지방세의 경우 일부 신용카드 납입을 허용하고 있다. 국세의 경우 신용카드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200만원까지 신용카드 납부가 되어, 2008년 3개월(2008.10부터 12월까지) 동안 국세의 경우 30만건의 실적과 4610억원의 실적을 냈다. 지방세의 경우도 자치단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신용카드로 세금을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1997년 의정부시가 정기 납부분 지방세에 한하여 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하는 신용카드 납부제도를 도입한 이후 여타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고 있다. 지방세의 신용카드 납부실적은 2008년 한해만 4천만건에 4조3천억에 이르고 있다.
신용카드를 받지 못하는 사정
먼저, 일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은 수수료부담이 공공요금인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들어 신용카드 납부를 제한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 등 신용카드를 받지 못하는 사정은 신용카드를 받게 되면 그에 따른 수수료가 현금을 내는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즉 형평성이 문제 되고, 그렇기 때문에 신용카드 납부를 허용한다면 그 수수료는 신용카드 납입을 원하는 소비자가 부담(수익자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신용카드 납입을 허용하지 않았어도 요금수납은 큰 문제없이 잘되고 있다고 한다. 대학등록금 역시 지금과 같이 신용카드로 분할납입을 하더라도 등록금 수납에 큰 문제는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방법은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보자
전라남도와 경기도 의정부시의 경우 지자체가 가맹점이 되어 신용카드사에 1.5%-2% 정도의 카드수수료를 부담하고 카드사는 카드결제일로부터 3-4일 후에 지방세를 지자체 금고에 입금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지자치단체에서 수수료를 부담하는 방식이지만 카드사에서 일정기간 자금을 활용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의 편의와 납세실적을 높이고 지자체 역시 큰 부담이 안되는 방식이다. 다음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가맹점 수수료를 면제하는 대신 카드사는 카드결제일로부터 일정기간 동안(서울시 : 다음달 13일)까지 징수한 지방세를 운영할 수 있는 기한의 이익을 향유하게 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를 통해 요금을 수납하게 되면 소비자뿐 아니라 요금이나 등록금을 받는 기관에도 수납의 편리성, 연체(체납)비율의 감소, 내부운영의 효율화 등의 장점이 많다. 또 신용카드사는 신용카드사용의 활성화라는 큰 유인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신용카드사는 신용카드수수료를 적정하게 조정하고, 공공기관(대학)은 수납의 효율화와 국민의 편익을 고려하여 이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민간거래에서는 신용카드로 소비자가 수수료의 부담 없이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다. 일부 공공서비스와 대학등록금의 경우에만 소비자가 불편을 겪어야 하는 데 공급자가 조금만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 글 / 백병성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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