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파동의 기억이 채 가지기도 전에 온 나라가 석면 때문에 난리다. 베이비파우더에서 시작된 석면에 오염된 탈크 사용 문제는 이제 여성용 화장품과 의약품에까지 확대되었고, 급기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122개나 되는 석면 오염 우려 의약품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혼란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사건이 어떻게 종결될 것인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언론은 금방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대서특필을 계속할 것이고, 정부는 정부대로 무슨 대책을 수립한다고 부산을 떨겠지만 결국에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나 시스템의 개선없이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얼마전까지 생쥐깡 사건이나 멜라닌 파동 등 식품을 대상으로 발생하던 문제가 의약품에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번 탈크 문제의 경우 역시 사람이 먹는 것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식품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항목이다. 그러나 경제 사회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유해식품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그 주요 원인중의 하나는 유해식품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너무 관대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유해식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벼운 경향이 있다. 유해식품을 제조 유통시키는 행위는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한 살인행위로 규정해서 강력하게 응징을 해야 한다. 자기의 잇속만 챙기기 위하여 남의 생명을 위협하는 반인륜적인 범죄자들에게 과연 아량이나 정상참작이 필요하겠는가 현재의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조정되어야 한다.
정부 식의약 안전관리 시스템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석면 문제만 하더라도 일본의 경우는 이미 1987년, EU는 2005년, 미국은 2006년에 각각 탈크와 관련된 규정을 마련했다. 우리 식의약청도 2004년 자체 연구보고서에서 연구수행기관이 탈크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것을 보면 시스템을 재점검 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기본적으로 식의약품의 인허가업무와 안전성 평가 또는 시장감시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수년전부터 식품의 안전성 평가를 위하여 식품안전위원회를 설치, 운용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차제에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하여 소비자 중심의 종합적인 식품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의 멜라민 사태에서 보듯이 수입식품에 대한 완벽한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우리의 식량 자급도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국민 전체의 인식과 관련업계의 자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의 먹거리 안전을 스스로 지켜내겠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제재수단이다. 현재와 같이 안전하지 못한 식품과 의약품이 용인되는 구조로는 절대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 설사 일류국가가 되고 선진국이 된다 한들 마음 놓고 먹을 것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식의약품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 글 / 문성기
한국소비자원 대외홍보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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