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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경영 대 소비자주권 찾기
등록일
2009-03-11
조회수
5522
소비자칼럼(355)
고객만족경영 대 소비자주권 찾기
지난 349호 뉴스레터에서 현용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장은 “누가 마케팅 하고 들먹이면, 이 사람 또 무슨 짓을 하나 하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하였다. 나도 분류하자면 이러한 색안경을 낀 사람의 부류에 속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또 소비자들이 기업의 고객만족경영에 속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한편으로 이번에야 말로 소비자들이 단결하여 소비자주권을 찾을 적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고객만족경영은 1980년대 말 미국기업들에게 불경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 유통업을 중심으로 고객만족 경영의 열풍이 불었으며, 이제는 고객만족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들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고객만족경영은 불경기 극복 수단으로 도입되었지만 그 후 호경기에도 여전히 유효하였다.
고객만족경영은 표면적으로는 ‘고객은 왕’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한 때 많은 영업장에 ‘고객은 왕’이라고 써 놓은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 때도 나는 왕으로 대접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이제 색안경을 끼고 고객만족경영의 이면을 살펴보자. 고객만족경영은 고객만족을 앞에 내세우지만, 실은 기업의 이윤 극대화에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불경기에는 살아남기 위해, 불경기를 이겨내고 호경기에 접어들어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또 살아남기 위해 고객만족을 외치고 있을 뿐이다. 고객만족을 내세우지만 고객과의 상생은 없고 고객의 주머니만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고객만족경영은 불경기 극복을 위해 탄생했지만, 사실은 기업들은 호경기 때 더 고객만족경영에 더 열중하였던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불경기에는 고객들의 주머니가 가벼워 깐깐해지지만, 호경기에는 고객의 주머니도 가득하여 고객만족경영에 쉽게 현혹되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은 무리한 사례일 수도 있지만, ‘하도급거래’에서 진정한 고객만족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도급거래는 큰 기업과 작은 기업 사이의 납품 거래가 대부분이다. 공급자인 작은 기업은 고객인 큰 기업의 요구를 어떻게 하던지 충족시켜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힘들어진다.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야 말로 소비자들이 단결하여 소비자주권을 확립할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소비자들도 하도급거래에서의 납품을 받는 기업과 같이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고객이 되어서 시장경제의 한 주체로서 당당하게 소비자주권을 확립할 수 있도록 단결해야 할 것이다.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들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의도하는 데로 선택을 현혹 내지 강요당하였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자. 불경기여서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깐깐해진 지금, 소비자들이 단결하여 기업의 형식적인 고객만족경영 행태를 바로 잡지 못한다면, 다음에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들은 다시 소비자의 주머니를 노리게 될 것이다.
경기 회복은 결국 소비자의 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시장경제의 한 주체로서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권을 행사할수록 경제는 빨리 회복되고 자원낭비도 방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업과 소비자의 상생을 바탕으로 할 때에만 시장경제의 이념이 실현될 수 있다.
결국 불경기의 탈출과 지속가능한 시장경제의 발전은 기업의 고객만족경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주권의 확립과 올바른 소비자권리의 행사에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