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자율심의
광고자율심의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2000년 8월 방송위원회로부터 방송광고의 심의를 위탁받아 자율적인 심의를 본격화 하면서 활성화 되었다. 이에 대한 찬반논란이 있었지만 방송 및 인쇄매체광고의 자율심의를 통해 광고시장의 신뢰형성에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사업자단체별로 또 매체별로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해당 매체를 통해 광고되는 내용을 사전, 사후에 자율적으로 심의를 해온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방송사전심의의 위헌판단
지난 2008년 6월 26일 헌법재판소는 판결을 통해 방송광고 사전심의에 대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따라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검열은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돼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전 이를 심사·선별해 억제하는 제도를 뜻한다”며 “광고 역시 사상·지식·정보 등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하는 것으로 언론·출판 자유의 보호대상”으로 보아 위헌으로 결정했다. 그동안 방송위원회로부터 위탁 받아 사전심의를 해온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2008년 7월 1일자로 정부 지원은 물론이고 사전심의와 관련된 모든 업무가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따라서 부수적으로 수행하던 인쇄매체에 대한 중간자적인 입장에서의 사전심의마저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번 판결은 광고주나 광고대행사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준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지만, 매체사에는 책임과 운영의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되고, 무엇보다 소비자는 자기책임하에 광고를 판단해서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광고자율심의의 현실
방송 업계는 자율심의에 초점을 두고, 현재 가능한 대안으로 방송사 내부의 자체 심의조직 운영, 외부에 민간 공동 사전심의기구 설치, 기존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위임한 위탁운영 등 세 가지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계에선 향후 당국의 사후규제 기준에 촉각을 세우는 한편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 매체별로 자체 자율(사전)심의 방향을 논의 중이다.
현재 각종 법률에서는 사업자단체에 광고의 자율적인 사전심의를 위탁하고 있다. 예를 들면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기능성 표시·광고를 위탁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능성의 표시광고’사항만 심의할 뿐 소비자피해를 유발하게 되는 거래조건이나 가격의 표시 등에서는 사전심의 기능을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협회는 사전심의하여 승인한 후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자율감시기능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심의내용이 변형되어 시장에 나온 광고들은 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받은 심의내용을 사업자는 해당 법률에 의해 사전에 심의를 받았다고 광고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불완전한 자율심의 소비자가 나서야
방송광고의 사전심의가 위헌으로 결정이 되면서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광고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정도는 광고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무방하다’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또 해당 품목에 대한 협회차원에서 심의를 하고 매체단체와 매체사에서 또 자율적인 심의를 하고 있다.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2중 3중 안전장치를 하지만 광고주에겐 번거롭기 짝이 없다.
광고를 만든 주체가 심의를 하든 해당 제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협회가 심의를 하든 이것은 일방의 눈으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신뢰하거나 시장에서 정보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피해 현장에서 발생한 광고내용을 들고 광고주를 찾았을 때 이들은 ‘사전심의를 몇 번이나 받고 있는 데 왜 문제가 되는 냐’는 답변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 글 / 백병성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