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이 본격 시행되었다. 자통법이 통과된 지난 2007년 7월 이후부터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세계적 금융위기와 함께 휘청했다. 이 와중에 우리 금융시장은 통화옵션파생상품인 KIKO나 불완전펀드판매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재산적 피해를 주었던 뼈아픈 경험을 하였다. 자통법의 주요 내용은 자본시장의 업종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각종 금융규제를 완화하며,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것 등이다. 특히 금융위기로 인해 투자를 계속해야 할지 혹은 중단해야 할지를 망설이고 있는 많은 투자자들은 금융시장과 금융투자상품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반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투자자 보호장치가 어떻게 강화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우선 금융상품은 금융업종간의 장벽이 허물어져서 증권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사, 투자일임사, 그리고 신탁회사는 모두 금융투자회사로 등록된다. 그리고 금융투자회사가 취급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범위가 제한되지 않아 새로운 금융상품이 대다수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는 유가증권이라고 하면 각종 채권과 주식, 수익증권 등 21개가 법령에 열거돼 있고 파생상품은 유가증권, 통화, 일반상품, 신용위험 등으로 기초자산을 4가지로 열거되어 있어 열거되지 않은 금융투자상품이 유통될 수 없었다. 이제는 금융투자상품을 열거하지 않고 `투자성(원본손실 가능성)'이라는 특징을 갖는 모든 상품은 금융투자상품으로 정의되므로 증권사는 법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투자상품들을 접하게 되므로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많다. 더불어 주가지수나 환율, 선물거래지수 또는 특별자산 등을 혼합한 펀드도 등장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투자자들의 이해능력이 더욱 요구된다.
또 투자자들이 금융투자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은 다소 길고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제도화된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하게 감수해야할 절차이기도 하다. 자산운용협회와 증권업협회가 제시한 ‘표준투자권유 준칙’을 구체적으로 보면, 금융투자회사의 펀드 판매절차는 6단계나 된다. 1단계는 투자자 정보를 파악하는 단계이다. 투자자를 전문투자자와 일반 투자자로 구분하기 위한 것이고 일반투자자의 경우 더욱 강화된 보호제도가 적용된다. 2단계는 투자자 유형을 분류하는 것이다. 투자자 정보확인서와 상담결과를 통해 투자자를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헙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으로 분류한다.
3단계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를 선정해서 권유하는 것이다. 가령 안전형으로 판단된 투자자에게는 무위험 상품만을 권유하도록 되어 있으며 만약 투자자가 분석된 위험선호도보다 위험도가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하고자 하는 경우 금융투자회사는 투자위험을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하고 파생상품의 경우 거래거절도 가능하다. 4단계는 펀드에 대한 설명단계로 투자권유 펀드의 운용대상 자산 등 운용전략, 원금손실위험 등 투자에 따른 위험, 보수 및 수수료, 펀드운용에 소용되는 비용, 환매방법 등을 설명해야 한다. 5단계는 투자자의 의사확인단계로 투자자가 투자를 원하지 않는 경우 권유중단하고, 투자를 원할 경우 투자설명서 등 교부확인서를 제공 등 펀드매수 절차를 진행한다. 6단계는 사후관리로 투자자의 펀드 매수 이후 수익률현황과 투자 규모 등을 관리, 주기적으로 잔액을 통보하고 자산운용보고서를 제공한다.
벌써부터 최근 언론보도에서 투자자들이 투자상품가입을 완료하기까지 30분에서 1시간가량 소요된다고도 하고 투자자들이 신규 가입시 객장을 방문해야 하는 등 투자자 입장에서만 해도 여러 가지 불편과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불편과 불만은 그동안 우리 투자자들이 너무 쉽게 그리고 심사숙고하지 않고 투자상품을 결정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 우리가 불완전펀드판매 등 투자자 보호가 불충분한 거래 환경을 방관하고 있지 않았는가도 반성할 따름이다. 투자자들도 보호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 글 / 김성숙 교수
계명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