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해 새로운 비전의 축,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녹색뉴딜 사업을 올해 벽두에 발표한 바 있다. 환경의 기본 철학을 보존과 절약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녹색과 성장이란 단어는 잘 어울리는 단어로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녹색성장을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파악하고자 할 때, 상생의 방향에 따라 두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경제→환경이다. 이는 환경에 초점을 둔 것으로, 경제성장을 하되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보호하는 경제성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은 환경을 훼손시키는 동조화(Coupling)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킨다. 그러나 녹색성장은 경제성장과 환경훼손의 탈동조화(Decoupling)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자원이용 효율성을 최대화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에코 효율성(Eco-Efficiency)에 기반한 성장으로, 양적 성장으로부터 질적 성장으로 파라다임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서의 성장이란 GDP의 증가를 의미하지 않으며, 또한 질적 성장이란 경제적 질 뿐만 아니라 환경의 질, 사회적 질의 성장을 의미한다.
둘째는 환경→경제이다. 이는 경제에 초점을 둔 것으로, 환경을 새로운 동력으로 하여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녹색성장이란 환경친화성을 증가시키는 녹색기술 및 녹색산업을 새로운 동력으로 삼는 경제성장이다. 즉, 생산 활동에 있어서 에코효율성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제품 소비 시에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오염물질이나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는 녹색기술을 신성장동력화하는 것이다.
첫 번째 관점의 녹색성장은 두 번째의 전제조건이다. 즉, 사회 전체적으로 에코 효율성(Eco-Efficiency)에 기반한 성장이 확산되고 굳어져야, 에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녹색기술이나 산업이 성장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녹색성장은 전자의 기반이 확산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후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녹색뉴딜 사업을 살펴보더라도 9개 핵심사업에 4년간 50조원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과감한 정부예산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녹색 성장 동력 산업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현재의 심각한 경제위기,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이를 토대로 탄생한 정부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일면 수긍되는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자의 기반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 자체가 외면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생산과 소비활동 등 모든 경제활동에 있어, 자원이용 효율성을 최대화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에코 효율성(Eco-Efficiency)에 기반한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 오염 및 훼손의 인과관계를 따져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에 수정을 가하는 작업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소비활동의 결과로 많은 쓰레기와 탄소가 배출되며 환경이 훼손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큰 차를 타야 하고 큰 집에 살아야 하는 과시적 소비문화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환경교육만으로는 부족하며, 소비자의 소비생활 및 마음을 들여다 보고 환경과 관련한 문제점을 파악하여 수정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계속되어야 한다. 이는 녹색소비를 정착시키기 위한 소비자교육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녹색뉴딜 사업에는 수요측면을 관리하는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린 스쿨 사업도 학교를 자연친화적인 교육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이며, 그린 홈닥터도 건물별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을 지도할 뿐이지 환경오염의 근원인 소비태도나 소비가치관에 대한 지도는 아니다.
무릇 소비활동이 생산 활동을 이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녹색소비의 정착은 녹색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일례로 녹색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은 환경친화적 상품인 녹색구매를 계속 요구할 것이며, 이는 녹색기술 발전을 유도하는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녹색소비 마인드와 생활습관을 갖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10위인 우리나라가, 당장 4년 후부터 탄소배출 감축의무를 가진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도 매우 시급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