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고 있다. 올 2008년에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내년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불안한 마음으로 세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올 2008년은 의미있는 한 해로 기억될 만하다.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 등 거대 이슈가 사회의 주요 담론을 형성해왔던데 비해 올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식품 이물질 사건, 개인정보 유출 사고, 멜라민 파동, 음식점의 반찬 재활용등 소비생활에 관련된 이슈들이 많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거나 집단행동을 취하기 위해 모이는 등, 인터넷이 소비자들 스스로의 권익보호를 위한 주요수단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소비자문제를 다루는 전문 TV방송 프로그램인 ‘소비자고발’, ’불만제로‘ 등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으면서, 소비자가 알아야 할 주요사항을 전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개선되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따라서 다가오는 2009년에는 다음과 같은 점이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
첫째, 개인이나 가계의 재무건전성 확보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로 벌써부터 많은 개인이나 가계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에는 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또 벌써부터 대량 감원, 조업 단축, 임금 동결 및 미지급 등이 진행되고 있어서 개인이나 가계의 경제적 압박은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이나 가계의 부실은 다른 어느 누구도 책임지기 어려운 일이므로, 스스로를 책임지는 자세나 태도의 정립이 필요하다. 특히 그동안 사회전체의 과소비 분위기에 편승하여, 자신의 소비에 있어서도 빼야 할 군살이 있지 않은가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입안하여 시행함으로써, 중산층이 살아나고 이들이 건전한 소비계층을 형성하도록 하여 위축된 소비를 살리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기업과 소비자 모두 성숙하고 책임있는 자세와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소비자의 권리 의식이 신장되면서, 과도하게 권리주장을 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흔히 Black consumer라고 하는 일부 악덕 소비자들은 협박이나 다양한 기관에의 투서, 진정 등으로 기업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하자나 거래 상의 문제점으로 인한 소비자피해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바람직한 시장환경을 형성하고 소비자와 기업 모두 상생하기 위해서는 각자 성숙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적극적인 소비자 교육을 통해 소비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책임도 정립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방송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에서의 소비자권리 찾기를 위한 여러 움직임들이 보다 성숙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확인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확대 생산될 가능성이 매우 큰지라, 인터넷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들의 성숙된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방송에 한번 나가면 관련 기업은 큰 타격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무조건 덮어만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덮어 두는 것이 후에 더 큰 부메랑이 되어 기업을 어렵게 할 수도 있는 것이며, 그 사이 침해되는 소비자 권리도 용납되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그리고 이제 소비자문제는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요 사안인 만큼, 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소비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방송도 그 역할을 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힘들고 어수선했던 2008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2009년의 전망이 그리 밝은 것은 아니지만, 희망을 가지고 힘차게 시작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