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임, 반토막펀드, 쌀직불금, 강부자, 고소영, 멜라민, 최진실, 쇠고기 등등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로 보유한 자산가격의 폭락, 극심한 고용불안 등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최근 교수신문은 2008년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호질기의’를 선정했다. 호질기의는 주로 문제가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는 모습을 풍자하는 표현이다
이런 시기에 무거운 열쇠말(키워드) 말고 희망적이고 밝고 긍정적인 말들은 없을까요
2008년 소비자사회 열쇠말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촛불’이다. 봄에 시작해 여름 지나 가을에 이어진 아니 앞으로도 꺼지지 않을 바로 그 촛불이다.
촛불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촛불의 본래 취지는 분명히 바람직한 것으로 ‘정치적 소비자(Political Consumer)'의 등장을 알리는 징표이다.
2006년 개정 소비자기본법의 정신이기도 하듯, 소비자들이 소극적으로 보호받는 대상에서 적극적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격, 하자 등에 대항하는 경제적 소비자에서 그들의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묻고 행동과 참여가 요구되는 정치적 소비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가 저항자, 참여자, 시민이라는 능동적인 모습으로 스스로 '권리'를 찾고자 행동하고 참여한다. 그저 기업이나 정부가 무엇인가 해주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정치적 또는 윤리적 가치를 표명하고 선택한다.
정치적 소비자주의(Political Consumerism)로의 변환은 이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올해 초 ‘촛불’의 현상은 우리나라 소비자사회도 정치적 소비자주의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증거이다.
정치적 소비자주의는 경제위기에 처한 시장환경에서 하나의 해결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소비자는 불매(boycott), 적극구매(buycott), 공정거래(fair trade) 등 다양한 창발성을 보여주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조직을 퇴출시킬 것이다.
과거에는 시장에서 사회적 가치를 무시한 채 상품을 생산하더라도 생존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업이 인권침해, 부당노동행위, 불법상속, 회계부정, 주가조작, 환경침해 등 사회적 가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돌이켜 반성할 줄 모르는 태도(도덕적 해이)를 견지한다면 소비자는 자신의 선택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다.
2009년에 소비자사회의 희망을 본다.
정치적 소비, 정치적 소비자, 정치적 소비자주의이라는 현상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에 깊이 뿌리를 내려 실천될 것이다. 촛불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소비자들이 나서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여 깨어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이라곤 자신의 욕망으로 왜곡된 선택 밖에 없다.
■ 글 / 김성천 팀장 (kimsc@kca.go.kr)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본부 소비자정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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