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제이유’ 사건이 터지면서 다단계 피해의 경각심이 온 나라에 퍼져 이제 더 이상 다단계 피해는 발생할 것 같지 않았는데 최근 대구·부산·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2만5000여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아 수조원대 피해를 입힌 불법다단계 업체가 적발되었다.
이들은 2006년 10월 대구 동구 신천동에 'BMC'라는 회사를 차린 뒤 공기청정기나 안마기 등 건강용품을 1대당 440만원에 구입하면 이를 목욕탕이나 PC방 등에 대여해 생기는 이익을 배당금 형식으로 8개월 동안 581만원씩(수익률 32%) 나눠 준다고 유혹해 약 2년 동안 무려 2만5000여명을 끌어 들이고 피해액은 약 4조원으로, 2006년 발생한 '제이유'사건 피해 규모보다 2배 이상 큰 사상 최대의 다단계 사기 사건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 불법다단계 판매로 인한 피해는 계속되는 것일까
현재 다단계판매를 규율하는 법은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에서 항상 논쟁이 되는 것은 판매행위별 정의 규정이다. 즉 새로운 형태의 판매방법이 나타날 때마다 이를 방문판매로 볼 것인지 다단계로 볼 것인지 불법다단계로 볼 것인지가 항상 논의의 촛점이 되고 있다. 이는 방문판매법이 행정규제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판매방법에 따라 달리 규제를 받는 과정에서, 다단계사업자 중 일부는 규제를 덜 받으려고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하기도 하고, 일부는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고 불법다단계로 법 규제 밖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다단계판매에서 또 하나 논쟁이 되는 것이 소비자와 판매원의 구분이다. 청약철회 제도에 있어서 소비자의 경우는 구입일로부터 14일, 판매원의 경우는 구입일로부터 3개월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원 피해사례를 보면 다단계 판매로 물건을 구입 시 소비자와 판매원의 구분이 명확치 않다보니, 다단계사업자들은 수백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한 판매원을 소비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여 14일이 지나면 대부분 청약철회을 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미국, 일본, EU)은 다단계 판매를 규율할 때 다단계판매 가입자를 소비자와 판매원으로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단계판매 가입자는 소비자이면서 판매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이중적 성격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단계판매법에서 보호하려는 자는 “다단계회사에 가입한지 1년 미만에 된 사람”을 다단계판매에 있어 보호의 핵심으로 삼는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14일의 청약철회 기간을 부여하고, 14일이 지나 1년 안에 다단계회원을 탈퇴 시 다단계판매원이 떠 않은 물건은 위약금 10%를 지급받는 선에서 이유를 불문하고 환매해주도록 법제화하였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통상 불법다단계로 간주한다.
우리는 통상 주변에서 다단계 회원으로 가입하여 한동안은 다단계판매에 몰입하여 물건을 많이 떠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손해를 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는 다단계판매에 가입한 사람들의 이러한 속성을 인정하고, 회원 가입 1년이내에는 언제든지 환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이들을 보호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철회권만 보장되다보니 다단계회원의 손해는 다단계업자나 불법다단계업자의 부당이득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단계 판매로 인한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부당이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외국의 제도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환매시스템이 없다보니 “부당이득”이 존재하는 구조이고, 누군가는 막대한 부당이득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다단계 사기사건을 모의하고 창출하는 것이다. 결론은 이 부당이득의 고리를 끊는 것이 피해를 유발하지 않게 하는 key가 아닐지
■ 글 / 황진자 책임연구원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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