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는 인사말이 실감 나는 날들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 반복되는 사기와 인간이 만들어낸 탐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 사람들이 대출금을 못 갚는데 태평양 건너에 있는 우리나라 경제가 통째 흔들린다. 반 토막 난 펀드, 기업들의 환차손, 기러기 아빠의 한숨, 대출 이자율 상승, 경기 침체, 실직, 디플레이션의 공포 등 무시무시한 용어들이 매스컴을 장악했다.
지난 11월 초순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2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건강용품 렌탈사업 다단계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영남권 피해자만 해도 1만5천여명, 1조9천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업체는 사업을 확장해 인천 지역의 피해액도 1조5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공기청정기와 안마기 등 건강용품을 대당 440만원에 구입하면 이를 PC방이나 목욕탕 등에 대여해 생기는 이익금을 배당금 형식으로 8개월에 걸쳐 581만원(수익률 32.7%) 지급한다고 유혹했다.
배당금은 주 5회, 즉 금융 기관 영업일마다 매일 3만5천원씩 8개월 동안 지급한다고 광고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처음에는 소규모로 투자했다가 매일 받는 3만5천원의 당근에 속아 목돈을 투자해 피해를 키운 사람이 많다.
서울에서는 ‘강남 귀족계’라 불리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던 ‘다복회 사건’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피해 규모는 600명이 넘고, 피해액은 1천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피해액의 규모가 ‘억’ 단위가 넘고, 고위 공무원 부인과 유명인들이 계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사기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먹고 산다. 매일 주는 3만5천원의 환상에 속아 애써 모은 목돈을 맡겼다. 세계를 쥐락펴락 하던 거대 은행도 무너지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수백만원을 번듯한 외모와 화려한 말발에 속아 수만여명이 당한 것이다. ‘다복회’ 사건은 많은 사람들이 ‘귀족 마케팅’에 현혹돼 수천만원 혹은 수억원씩 피해를 입었다.
신문에 실리는 사건 말고도 생활의 위험은 수없이 널려 있다. 아파트 우편함을 열다가 얼굴이 긁혀 상처를 입기도 하고, 친구와 장난 치다가 팔이 부러지기도 한다. 배구공을 가지고 운동을 하다가 손가락이 부러지기도 하고, 화장실 휴지걸이에 부딪쳐 손이 베이기도 한다. 무를 썰다가 칼을 떨어트려 발을 다치기도 하고, 세수를 하다가 손가락으로 코를 찔러 피를 흘리기도 한다.
세상을 비추는 햇살은 여전히 찬란한데 세상 살기는 갈수록 고달프고 힘들다. 이 시점에서 인생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본다. 세상에 살아가는 동안 일어나는 일의 총합이 인생이다. 어떤 가수는 인생은 미완성이라고 열창했다. 어떤 사람은 무거운 짐을 지고 밤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人生)을 뜻하는 한자를 해체해 풀어보자. 사람 인(人)은 두 사람이 서로 기댄 형상이다. 생(生)은 외나무다리(一)에 소(牛)가 걸어가는 모습이다. 인생은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위태로운 것이다. 사람의 삶은 안전하지 못하고 아슬아슬하다.
인생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라이프(life)다. 라이프를 분리하면 재미있는 몇 개의 단어가 나온다. 이프(if)는 물론이고 라이(lie)도 숨어 있다. 삶이란 ‘만약…’과 ‘거짓말’과 ‘드러눕는’ 것으로부터의 끊임없는 유혹이다.
인생이라는 한자가 말하는 위태로운 일상의 삶과 영어 철자에 내포된 거짓말과 드러눕는 삶을 인정하기만 해도 인생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기쁜 날이고, 거짓말하고 생떼를 부리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행복한 것이다.
삶의 본질은 위태로운 것이므로 한시의 평화와 행복도 덤으로 생각하고 감사하고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늘을 무사히 보냈다면 행복한 것이다. 즐겁고 행복했다면 기쁨은 두 배다.
* 돈은 중요하기도 하지만 중요하지 않기도 하다. 돈은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일 만큼 중요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 스티브 챈들러의 <리치웨이> 21쪽, 프롬북스

■ 글 / 오승건
한국소비자원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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