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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간 경험한 미국의 소비문화
    등록일 2008-10-15 조회수 7918
    소비자칼럼(336) 1년간 경험한 미국의 소비문화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생활할 기회가 있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대도시가 아닌 중북부의 작은 도시에서 지냈는데,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 있는”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하게 하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의 생활은 서울과 아주 달랐다. 우선 아는 데도 많지 않고 친구도 없다 보니 시간이 날 때 별달리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쇼핑이었고, 주로 타겟(Target), 월마트(Walmart), 샘스(Sams)라는 수퍼마켓을 이용했다. 이 곳에서는 상품 구매 후 90일 이내에 영수증을 첨부하면 언제든지 환불이나 교환을 해 주었다. 영수증이 없어도 매니저의 승인으로 환불이 가능했고, 심지어 신용카드로 구매한 경우라도 소비자가 원할 경우 현금으로 환불해 주었다. 미국에 도착한 직후 익숙하지 않은 지역을 다니려면 네비게이션이 필요할 것 같아 Sams에서 300$을 주고 구매했다. 두 달 가량 지난 시점에서 인터넷지도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걸 알게 된 후 매장을 방문하여 환불을 요구하였는데도 아무런 이유를 달지 않고 환불을 해 주었다. 미국의 이런 제도가 반갑고 고마웠다.

     

    성탄절,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큰 명절이고 모든 마켓이 특수를 누리는 시기이다. 평소 언제나 한산하던 수퍼마켓들도 이 때는 한 시간 가까이를 기다려 결재를 해야 할 만큼 매우 복잡했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명절 직후 수퍼마켓을 다시 방문했었는데, 이 때에도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고객서비스센터 앞에서 명절 때 구매했거나 선물 받은 제품을 환불하려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반갑고 고마운 이 시스템이 미국 전체 소비자의 생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 언제든지 환불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고,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여 샘 월튼 월마트 회장 패밀리를 세계 굴지의 재산가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다. 필자도 그 제도를 믿고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제품들을 구매한 후 환불하지 못했던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재도 물론이지만, 가장 덩치가 큰 내구재인 주택, 자동차의 소비를 통해서도 미국의 소비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중산층의 경우 대다수가 지하를 포함한 2층 또는 3층 주택에서 거주하는데 100평(3000~4,000 square feet)이 넘는 집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집을 유지하려면 냉·난방비, 전기세로 수백 불, 주택 모기지 대금으로 매달 수천 불씩 갚아나가야 하는데도 큰 집에서 산다.

    잘 알고 있듯 미국의 자동차도 크다. 배기량 3,000cc가 넘는 차가 많다. 휘발유 가격이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약 3$/gallon)이지만 주행거리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에 수백 불을 지출하게 되는데도 대형차를 선호한다.

    짧은 기간 단편적으로 바라본 미국의 소비문화는 소비를 위해 일단 빚을 지고 난 뒤 신용카드 대금, 주택 모기지 대금, 자동차 할부금 등을 갚아나가는, 빚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 달이면 꼬박꼬박 날라 오는 수십 장의 청구서(bill) 때문에 빌빌(bill bill) 거리며 산다는 우스개 말도 들었다.

    미국발 경제 위기가 유럽을 거쳐 우리의 생활도 위협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 40~50배에 달하는 금융 파생상품 레버리지(leverage) 문제, 글로벌 경제 침체 등 여러 가지로 위기의 원인을 진단할 수 있겠지만, 미국인들의 합리적이지 못한 소비문화가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가는데 한 몫 한 것은 아닐까  소비가 경제의 윤활유인 것은 분명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시작으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월스트리트의 쇼크, 세계 경제 위기의 도미노 현상을 보고 있노라면, 위험(risk) 수준이 높은 소비가 현재와 같은 경기 침체의 시기에 국민들로 하여금 부채를 갚아 나갈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미쳐 국가 경제에도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저술한 로버트 기요사키가 “자산에 투자하고, 부채에 투자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집약되는 자본주의 문화의 본고장 미국에 오랜 동안 거주하면서 미국의 소비문화를 간파했던 그였기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  글 / 장은경

        한국소비자원 정보교육본부 소비자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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