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야기된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러다가 1929년도의 세계 대공항과 같은 사태를 경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극단적인 우려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은 폭등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긴급 처방책으로 제안한 구제금융 법률안이 하원에서 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는 1997년의 외환위기사태가 다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급습해 오고 있다. 모두가 금융시장의 세계화가 원인이다.
금융시장의 세계화는 1973년에 브레튼우즈체제가 붕괴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을 중심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미국 브레튼 우즈에서 IMF를 설립하고, 금본위제도와 고정환율제도, 그리고 국가간 자본이동을 금지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제경제 환경이 급속히 변화함에 따라 고정환율제도가 변동환율제도로 변화하는 등 당시 합의된 내용이 붕괴되면서 금융시장의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되기 시작하였으며, 인터넷 등 통신기술의 혁신과 신자유주의의 팽배로 더욱 가속화되었다.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우리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우려가 되는 분야중의 하나가 바로 외환시장이다.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에 달러가 다시 바닥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한다.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투자한 돈을 회수해 가면서 달러가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달러 사재기 시작한데 이어, 달러의 주요 공급원인 경상수지도 이번 달에는 적자가 크게 발생하였으며,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도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불안한 이때에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소비문화의 정착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문화’란 좁은 의미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서 사용되는 의미인 예술을 의미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문화’란 동류(同類)현상 즉, 비슷한 종류의 현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비문화’란 한 국가의 소비자들이 소비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슷한 현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는 효용 즉, 만족을 얻기 위하여 소비생활을 한다. 효용은 개인의 욕망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국가가 개인의 소비생활에 간섭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소비활동의 원인이 되는 개인의 욕망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소비생활의 총체가 국가 경제측면에서 가계소비수요를 구성하며, 이것이 국가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개인 소비생활이 국가경제발전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개인의 소비생활이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하나의 소비문화로 정착된다면 개인의 소비생활은 물론이고 국가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소비생활의 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달러를 직접 소비하는 소비생활을 자제하여야 한다. 해외여행, 해외어학 연수, 수입 완제품 등의 소비활동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소비활동은 모두 달러를 직접 소비하는 것이므로, 달러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자제하여야 할 소비생활이다. 다음으로 외국 원자재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 국내 제조 상품의 소비를 억제하여야 한다. 휘발유, 가스 등의 소비억제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분야에서의 소비억제는 그 만큼 원유 등의 수입을 감소시키고 이는 직접 무역수지 적자를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국가가 어려울 때 향상 단결하여 어려움을 극복하여 왔다. 지금처럼 달러가 부족한 시기에 개인의 소비생활이 모두 달러화가 소비되지 않거나, 절약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국가경제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달러화의 소비가 동반되지 않고, 절약되는 방향으로의 소비생활이 우리의 소비문화로 정착되어, 현재의 난국 극복에 소비자도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 글 / 박성용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본부 법제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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