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제품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만큼 소비자가 알기는 어렵다. 소비자는 제품에 표시되는 내용을 통해서만 제품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제품정보에 대한 비대칭성 문제가 제기되고, 소비자의 구매에 필요한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는 정보는 구매에 유리한 정보만을 포함시키고자 하며, 불리한 정보는 생략 또는 누락시키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소비자정보 관련 정책이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표시·광고 관련 정책은 향후에도 그 중요성을 더 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어느 정도의 엄밀성을 지녀야 할 것인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기만(deception)에 대한 정의가 그 엄밀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FTC는 1983년 10월에 공표된 ‘기만에 대한 정책성명’에서 기만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공표하였다. 기만이란 소비자의 손해에 대해 당해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소비자를 오도하게 하거나 오도할 가능성이 있는 표현, 누락, 또는 행위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다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소비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는 표현, 누락, 또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오도나 기만적인 행위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해당된다. 허위적인 口頭 또는 書面 표현이나, 오도된 가격 청구, 적절한 정보공개 없이 위험하거나 구조적 결함이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다단계 판매에 대한 정보 공개의 불이행, 미끼와 속임수의 사용, 약속된 서비스의 불이행, 품질보증 책임의 불이행 등이다.
둘째, 합리적인 소비자 행동의 관점에서 조사된다. 만약 그러한 표현이나 행위가 특정집단에 영향을 주거나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 연방거래위원회는 그러한 집단의 관점에서 합리성을 판단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각각 어린이와 노인의 시각에서 기만여부가 판단된다.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호도되지 않을 내용이라도 어린이나 노인은 현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그러한 표현, 누락, 행위는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한 행위나 관습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행동이나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가 기본적인 문제제기이다. 소비자는 만약 기만이 없었다면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는 중요한 것이 되고, 이러한 선택을 통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3가지 관점에서 표시와 광고에 대한 기만이 판정된다.
FTC가 기만으로 판정한 예시로서 크래프트(KRAFT)의 슬라이스 치즈 칼슘 함량 사례에 이어 콜게이트(Colgate)사의 배기즈(Baggies)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콜게이트는 TV광고에서 표면적으로는 명백히 사실인 시연장면을 ‘배기즈’ 라는 샌드위치를 보관하는 밀폐 봉투를 통해 연출하였다.
두 여성 중 한명은 샌드위치를 ‘배기즈’로 포장하고, 다른 여성은 경쟁사의 제품으로 포장한다. 조리대의 물속에 밀폐 봉투를 집어넣자 ‘배기즈’ 속의 샌드위치는 그대로였지만, 다른 여성의 샌드위치는 물에 젖은 결과를 보여 주었다. 콜게이트사가 밀폐 봉투의 윗부분에 효과적인 새로운 밀봉 장치를 개발하였음을 보여주는 광고였다. 이 시연장면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C는 그 시연 장면은 ‘배기즈’가 일반적인 저장 조건 하에서 음식물을 보호하는 데 우수하다는 함의를 소비자들이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기소하였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샌드위치를 냉장고나 런치박스에 넣기 때문에 물과 접촉할 기회가 적으며, 공기가 그 밀폐 용기에 들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새 디자인은 공기가 윗부분의 밀봉장치를 통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였다.
하지만 공기는 그 밀폐 플라스틱 봉투의 표면 어디로든 작은 구멍들을 통해 침투할 수 있었다. ‘배기즈’는 경쟁사의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무수히 미세한 구멍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래서 공기침투를 방지하는 성능의 우수성을 함의하는 주장과 그 우수성을 증명하는 시연 장면은 허위로 판명되었다.
위의 사례는 소비자 정보가 얼마만큼 정확하게 기술되거나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며, 우리나라의 표시·광고 정책에 있어 소비자 정보의 면밀성 정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이반 L. 프레스톤 저, 김성주 역, 『광고는 기만인가, 진실인가? : 선택적 사실, 최소한의 사실, 비브랜드 사실』, 커뮤니케이션북스, 2006, pp47-48.

■ 글 / 최숙희 수석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