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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상회하면서 석유제품은 물론 여타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도 따라서 상승하고 있다. 2007년 12월 3.6%였던 소비자물가상승율은 2008년 5월 4.9%로 급격히 상승하였다.
물가가 오르게 되면 같은 돈을 가지고 나가더라도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들어 소비자 가계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물가상승의 주된 원인은 국내 경제요인이 아니라 원유, 원자재 등의 국제가격의 급등에 기인하는 것은 기지의 사실이다.
국제 원자재가격의 변화가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국제가격의 영향력을 증폭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요인이 있는데, 바로 세계의 기축통화로 사용하고 있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자국화폐의 교환비율인 환율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1배럴에 130달러인 원유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어 구매한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인 달러당 1,050원이므로 원유 1배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원화 136,500원(130달러×1,050원)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이 900원이라면 같은 1배럴을 사기위해 원화 136,500원 보다 현저히 적은 117,000원만 주면 된다.
국제원유가가 오르더라도 국내 소비자물가에 주는 부담은 현저히 감소한다.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1,100원으로 오르게 되면 국내 소비자물가에 주는 부담은 오히려 증폭되게 된다.
작년 말까지 910원 대의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050원까지 상승하였다. 앞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제가격이 올라 소비자가계에 부담이 되는데 원달러 환율까지 올라 소비자가계의 부담은 더 증폭되는 것이다.
미국 달러화는 2006년 이래 지속적인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화의 약세로 유로화, 엔화, 호주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유로화의 경우, 2006년 12월 1유로 당 1.20달러를 주어야 유로를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1.54달러를 주어야 1 유로를 살 수 있다. 그 만큼 유로화의 가치가 증가하여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담이 유로화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이런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원화는 오히려 환율이 감소하기는 커녕 증가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가계부담이 커지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매년 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회원국의 실질화폐가치를 측정하여 발표하는 구매력지수(PPP ; Purchasing Power Parity)는 원달러 환율을 현재의 1,050원이 아닌 749원으로 발표하고 있다.
즉, 미국 1달러는 우리나라 원화 749원과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게 OECD의 주장이다. 시장환율이 우리나라 원화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OECD의 발표대로 환율이 1,050원이 아닌 749원 이라면, 국제 원유가격은 1배럴당 136,500원이 아니라 97,370원으로 29%나 가격이 인하된다.
세계의 기축통화로 사용되는 미국달러화와 우리나라 원화와의 교환비율, 미달러 환율이 국내 소비자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더욱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소규모 개방경제(small and open economy)에서는 환율의 변동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전반적인 물가정책은 물론 국민의 삶의 질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특히 최근 금리정책의 파급경로가 불확실하고 유가, 곡물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물가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환율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이에 대응하여야 한다.
미달러 환율이 현재처럼 오르게 되면 대부분의 수출기업에게는 가격경쟁력이 생기고 수익을 창출하겠지만, 대다수의 가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업위주의 환율정책을 다시 한번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 글 /정윤선 책임연구원 (cys@kca.go.kr)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본부 소비자정책연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