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에서 핵심 키워드는 “전봇대 뽑기”로 대변되는 규제완화이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모두 풀어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신정부의 이러한 정책기조에 노동계, 환경단체 등에서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주위에서 소비자정책도 후퇴하지 않는가 하는 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정책과 규제정책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오해라 생각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규제(regulation)란 경제행위에 대하여 제3자적 입장에 있는 당국(regulator)이 법과 제도 그리고 행정지도 등을 통하여 민간경제주체의 행위에 변경이나 제한을 부과하여 시장기구에 의한 자연적인 행위 및 결과를 변형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규제정책은 시장경제체제의 한계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개별 경제주체의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이다. 규제정책은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크게 효율성을 지향하는 경제적 규제와 가치실현을 추구하는 사회적 규제로 구분하는 데 큰 이견이 없다.
경제적 규제는 정부가 시장에서 경쟁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문제를 해소 내지 경감하기 위하여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적 활동을 제약하는 것을 총칭하는 내용이다. 시장경제체제하에서는 시장에서 경쟁이 완전하면 가격 메카니즘에 의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여러 요인에 의해 가격 메카니즘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일어나지 않는다. 경제적 규제는 바로 시장에서 경쟁의 불완전성으로 야기되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다. 독과점시장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규제는 정부가 사회의 형평성을 추구하거나 시장성과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사회의 형평성, 시장성과의 바람직한 방향 등에 대한 가치관은 그 사회의 문화적·윤리적·이념적 판단을 요하는 문제이다. 사업자가 자신의 이윤극대화를 위하여 허위·기만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생명·신체상의 위해를 야기시킬 우려가 있는 결함제품을 공급하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는 행위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소비자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소비자정책은 사회적 규제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이다. 환경문제, 인간생명 존중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소비자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경쟁이 가장 좋은 소비자정책이라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따라서 경제적 규제를 철폐 내지 완화하여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은 소비자정책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규제대상인 소비자정책에 대해서는 ‘규제를 철폐 내지 완화한다’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소비자문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그 폐해를 예방내지 경감시켜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소비자정책이 포함되어 있는 사회적 규제에 대해서는 규제철폐 내지 완화가 아니라, ‘규제정책을 보다 선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소비자문제는 시장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소비자정책의 선진화 방향도 시장기능을 촉진시키면서 소비자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소비자정책측면에서 규제선진화 방향은 먼저, 소비자문제가 시장기능에 의해 해소되어질 수 있는 방향이 있다면 그러한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다음으로, 규제방식을 점차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여야 하며, 마지막으로, 국제기준과의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신정부의 규제완화정책이 경제적 규제대상과 사회적 규제대상의 명확한 구분 없이 무원칙적이고 비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경우에는 정부실패를 초래하여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심사숙고하여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 글 / 박성용 팀장(psy0822@kca.go.kr)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본부 법제연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