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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그룹(Group)과 공급자그룹(Group) 상호간 힘의 균형이 유지될 때 소비자주권(Consumer Sovereignty)이 지켜질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경제주체 상호간 주권의 균형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특히, 소비자그룹이 자신의 주권을 지키지 못하고 균형을 잃는 사례가 많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그룹이 공급자그룹의 주권을 먼저 무너뜨릴 힘도 없고 그런 사례도 별로 없다. 국가의 시장보호 정책이 공급자그룹에 대한 규제 정책으로 이해되는 측면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의 왜곡은 곧 소비자후생의 저해라는 등식으로 연상하는 시각들이 많다.
물론 소비자그룹이 스스로 주권 지키기에 소홀하여 소비자주권이 훼손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체로 힘이 센 공급자그룹이 자신의 후생을 증대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소비자후생이 저해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국가는 공급자의 독점과 불공정거래 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시장보호시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질서 왜곡 행위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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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왜곡되면 소비자후생의 저해는 물론 개인적인 소비자피해도 자주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피해구제 현장에서 소비자주권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 지면 관계상 5가지 분야만 소개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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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공급자그룹이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의료, 금융, 보험,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회계사, 자동차정비 등 전문서비스를 이용할 때 공급자그룹에서 자신이 보유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남용할 경우 소비자주권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공급자그룹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와 선전에 의존하여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분야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결혼중개, 중고자동차중개, 상조서비스, 학원, 이민알선, 유학알선, 여행알선, 콘도회원, 체육시설회원, 인터넷콘텐츠이용회원, 할인회원권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공급자그룹에서 상품정보에 관한 분배적 권한과 인위적 가공 권한을 남용할 경우 소비자주권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셋째, 공급자그룹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크거나 타 사업자의 시장참여가 쉽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전기, 통신, 가스, 고속도로, 상하수도, 우편, 방송, 철도, 항공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공급자그룹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나 우월적 지위 등을 남용할 경우 소비자주권의 보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넷째, 소비자그룹의 합리적 선택능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분야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공예 또는 미술작품, 양약, 한약재, 치과부자재, 안경, 콘택트렌즈, 의료기기, 건강보조기구, 건강식품 등의 물품을 구입 계약 시 공급자그룹에서 소비자의 무경험․무능력을 악용할 경우 소비자그룹의 주권은 언제든지 침해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그룹이 상품하자에 대한 입증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분야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자동차, 오토바이, 종묘, 종자, IT․BT제품, 광학제품 등 첨단 기술이 내재된 물품을 구입 사용 중 피해를 입었을 때 소비자의 비전문성을 눈치 챈 공급자그룹에서 소비자피해에 대한 소비자의 입증 활동을 방해하고 생산자책임을 무조건 부인하는 경우 소비자그룹이 자기 힘으로 주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상 소개한 다섯 가지 분야만 보더라도 소비자주권을 지키기 어려운 분야가 얼마나 다양한 지 알 수 있다. 다행히도 국가의 시장보호활동이 가열 차고 고객감동의 경영을 구호로 외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소비자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공급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부터라도 소비자의 아픔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의 확산을 기대한다. 특히 자신의 상품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있다면 먼저 다가가 쓰다듬는 통 큰 경영문화의 정착을 기다려 본다.
■ 글 / 신용묵 국장(ymshin@kca.go.kr)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2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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