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모순적 지혜를 가르쳐주는 보왕삼매경의 마지막 열번 째 지혜는 이것이다. “억울함을 당할지라도 굳이 변명하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변명하다보면 원망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의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하지만 살다보면 우리는 때로 억울함을 변명해야할 때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억울함을 호소하여 개선해야할 때’가 있다.
2006년 한 해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소비자상담을 신청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소비자정보를 구한 사람은 전국적으로 약 30만명에 이른다(<표 1>). 소비자단체를 통해 소비자상담을 한 소비자도 약 30만명(2005년 기준), 지방소비생활센터를 통한 소비자도 약 4.3만명에 이르니(<표 2>), 대략적으로 우리나라 인구 약 5,000만명 중에 약 1.3%인 65만명 정도는 매년 물품 및 용역을 소비하는 일과 관련되어 공공기관 등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FTA시대의 개막을 맞아, 이런 소비자의 억울함 호소·문제제기·정보 상담 등을 더 늘여 갈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EU-FTA의 대표적인 나라 영국은 지난 2006년, 전국 소비자상담정보단일망 컨슈머 다이렉트(Consumer-Direct)를 통해 963,684건의 소비자상담을 받았다. 발표에 따르면 이것이 영국 전국 소비자상담의 약 80%를 차지하는 양이라 하니, 영국소비자는 한해 평균 약 120만명 정도가 공공기관을 이용해 소비자상담이나 문제제기, 정보요청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영국 국민 6,000만명 중 약 2.0%에 해당하는 비중이다.(www.consumerdirect.gov.uk)
자료 출처: 영국 Consumer-Direct의 홈페이지
물론, 이는 양 나라의 소비자거래건수나 공공 소비자상담기반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나온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 숫자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국의 소비자들이 한국의 소비자들보다는 공공 소비자상담정보망을 더 많이 더 자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1.3% 소비자 대 영국 2.0% 소비자
따라서 본격적인 세계화, FTA의 시대를 맞아 소비자상담정보망에 대한 기업 및 정부의 서비스도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할 것 같다. 국제적 소비자상담이슈나 새로운 소비자상담사례에 대응할 준비를 좀 더 발 빠르게 마련하고, 소비자상담정보서비스의 질을 균질하게 상승시킬 수 있도록 상담원들에 대한 체계적 교육․양성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국 어디에 살든지 이러한 혜택에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전국단일 소비자상담정보망과 같은 공공서비스체계를 단계적으로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의 문을 삼으라’ 는 모순적 지혜는 “억울함을 제대로 개선하는 것으로 수행의 문을 삼으라”로 대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자신이 겪는 소비자문제나 소비자정보 상담이 비단 개인소비자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소비자에게 해당될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면 언제라도 소비자상담정보망의 문을 두드리라.
(하지만 Please!!! 최대한 예의있게 두드려 주시라. *^^* )
<표 1>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상담 피해구제 접수 및 처리현황
(단위: 건)
구분 |
2003 |
2004 |
2005 |
2006.8.31 |
소비자상담 |
321,934 |
272,942 |
294,574 |
207,078 |
피해구제 |
22,693 |
19,649 |
21,828 |
15,476 |
<표 2> 소비생활센터와 소비자단체의 소비자상담 피해구제 접수 및 처리현황
o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설치된 소비생활센터는 2005년 42,869건의 소비자상담과 12,835건의 피해구제 사건을 접수하여 처리
o 180개 지부의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고 있는 소비자단체는 2005년 29만여 건의 상담과 10만 건에 달하는 피해구제 사건을 처리 |
자료 출처 : 한국소비자보호원 2006 소비자동향
■글/배순영(Ph.D, 소비자교육전공, sarang@kca.go.kr)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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