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내린 눈발이 멀리 관악산 자락의 암벽들과 어울려 한겨울의 정취를 더해준다.
창 밖으로 보이는 크고 작은 집들을 바라보면서, 지난 연말의 집값 폭등과 서민의 우울한 일면을 생각해 본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번듯한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을 일생의 목표로 삼고, 꼬박꼬박 주택부금을 넣거나 목돈을 장만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부모세대의 집 없는 설움을 보아왔거나 전·월세의 애로를 직접 경험하면서, 집 한 채의 가치가 일생의 생활안정에 얼마나 긴요한 요소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해 하반기 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치솟아 오른 집값을 보면 웬만한 소형 아파트도 억 단위이고 괜찮은 지역의 집들은 수십억 단위이다.
내 집 장만을 꿈꾸며 매달 월급에서 얼마씩 떼어 주택구입 저축을 해오던 서민들에게는 이런 집들이 이제 쳐다볼 수도 없는 그림의 떡이 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집값이 그리도 뛰었던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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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2002년에 이미 백퍼센트를 넘어 106퍼센트 가까이 되고 있으며, 수도권의 경우도 최근에는 백퍼센트 가까이 높아졌다고 한다.
5년 후면 전국 보급률이 115퍼센트 내외로 늘어나 집이 남아도는 공급초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당연히 가격이 하락하게 되는 것이 경제상식이다. 지역에 따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지역을 가리지 않고 동반 급등세를 타온 기현상은 전문가들도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
열심히 일해서 받는 월급으로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지출에도 빠듯하지만, 서민들이여 희망을 끈을 놓지 말자.
주택도 하나의 소비재로서 시장의 수요공급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가격이 오르기만 하고 내리지 않는 소비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세간에서 말하는 주택정책의 실패도 분양가 인하나 공급 증대, 그리고 금리조정과 같은 정책들로 보완될 것이다.
폭등했던 일부 지역의 집값이 이미 하향안정세로 돌아섰으며, 다른 지역의 경우도 시장의 자정(自淨)작용에 의해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면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불안 심리에 편승하기보다는 열심히 저축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꾸자.
모르지 않는가? 부지런하게 청약한 아파트가 당첨돼 내 집 마련의 시기가 앞당겨지는 행운이 찾아와줄지도. 알고 보면 행운도 적극적인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 글/이종인 책임연구원(jilee@cpb.or.kr)
한국소비자보호원 정책연구실(시장분석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