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통신회사의 온라인 이벤트 문제로 소비자상담
창구가 북적거렸다. 경품행사에 1등 당첨되었으나 업체에서 경품지급을 거절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 상담 때문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추석을 전후하여 모 이동통신업체에서 이메일요금청구서를 신청한 고객에게 빙고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했다. 빙고게임에서 999번이 나오면 1등 당첨이고 상금은 1백만 원, 총 매수는 40장이다. 777번이 나오면 2등 50만원. 매수는 100매다. 문제는 비당첨자는 888번이 나오도록 되어 있는데 이벤트 실시 초기에 전산착오로 888번이 나온 약 8천명의 참가자들에게 1등 당첨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물거품이 된 경품 대박의 꿈
업체에서는 해명을 하고 공지를 통해 사과했지만 고객들은 한결같이 분통을 터뜨렸다. 1등 당첨 사실을 전화로 확인 받고 안내에 따라 경품권을 우편으로 보냈는데 나중에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 이웃, 친지들에게 대박 행운을 알려 축하까지 받고 심지어 주위에 한턱까지 낸 마당에 취소당해 난감한 지경이라는 소비자도 있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업체의 실수라는 주장이 거짓이라고는 생각지 않으나 그렇더라도 이는 업체 내부 사정이므로 고객에 대해서는 제시한 내용대로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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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시에 대한 분쟁
온라인 거래의 특성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또 하나의 신종 소비자분쟁 유형은 가격표시 논쟁이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구입, 결제했으나 사업자가 가격을 잘못 기재했다며 판매를 거절함으로서 발생하는 다툼이다. 2백만 원짜리 노트북을 20만원으로 올린 후 100여명이 구입한 사례, 1천5백만 원짜리 프로젝터를 1백50만원으로 기재하여 여러 명이 구입한 사례 등과 같은 것이다.
이런 경우도 소비자 반응은 유사하다. 대박의 기대 상실에 따른 허탈감과 분노, 이어서 어떻든 사업자의 책임이므로 계약대로 물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규모있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소비자의 기대심리까지 작동한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나 일본 마루베니상사의 사례처럼 10%의 가격으로
잘못 표시한 경우 기업의 이미지 보전을 위해 약속을 이행했기 때문이다.
피해보상은 어떻게?
그렇다면 위에 든 사례들의 경우 소비자들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은 계약대로의 이행이지만 이것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민법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되,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온라인거래에 있어 웹상 가격 표시는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되는 일상적인 행위이므로 가격표시 오류를 취소할 수 없는 중대한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하급심 판례나 통상적인 판단이다.
다만, 소비자는 계약이행은 요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업자의 착오로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예컨대, 1등 당첨을 통보받고 상금을 타기 위해 투입한 시간이나 비용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문제의 본질인 상실감이나 분노, 소요된 술값 같은 것은 보상이 어려우므로 별 실효성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디지털시대를 더불어
살아가기
위의 두 소비자피해 사례는 온라인 디지털
거래의 편리함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이다. 비대면, 대량의 거래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착오이므로 소비자도 예외일 수 없다. 소비자도 인터넷쇼핑시 부주의하여 착오로 클릭할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시 단계마다 구입물품, 금액 등에 대해 확인창을 제시하는 것도 소비자의 착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업자나 소비자가 공히 결과만을 가지고 상대방의 이행을 주장하기 보다는 진의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의적인 행위, 비난받을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되 거래특성에서 오는 상대방의 실수에 대해서는 이해의 폭을 넓히는 아량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사업자의 악의 없는 착오에 대해 한 몫 잡기의 기대를 버릴 때, 사업자는 소비자의 충동적인
클릭에 의한 철회 요구를 흔쾌히 수용할 때 디지털 세상의 효율성과 아날로그 시절의 따스함을 함께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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